인권위 진정으로 살펴본 국내 反다문화 실태

인권위 진정으로 살펴본 국내 反다문화 실태

입력 2011-07-26 00:00
수정 2011-07-2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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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온 보노짓 후세인(29)씨는 2009년 7월 여름 어느 날 저녁 무렵 버스에 함께 타고 있던 한국인 승객 박모씨로부터 “더럽다”, “냄새 난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상했다.

이윽고 동행하던 한국 여성에게까지 “넌 조선X이냐. 새까만 외국 놈이랑 사귀니까 기분이 어떠냐”는 모욕적인 발언을 하자 참지 못한 후세인씨 일행은 박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서에서조차도 후세인씨는 차별받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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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사회 갈등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25일 경기 안산시 원곡동 ‘국경없는 거리’에 외국인들이 보인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다문화사회 갈등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25일 경기 안산시 원곡동 ‘국경없는 거리’에 외국인들이 보인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조사를 하던 경찰관마저 “웬만하면 합의하라”고 권유하는가 하면 성공회대 연구교수 신분이던 후세인씨에게 “어떻게 1982년생이 연구교수가 됐느냐. 정확히 뭘 하는 사람이냐”라며 캐물었다고 한다.

2007년 5월18일 나이지리아인 E씨는 동료와 함께 이태원의 한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러나 레스토랑 직원은 신분증을 요구하더니 “아프리카인은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흑인이어서 그러냐’는 질문에 그 직원은 퉁명스럽게 “그렇다”고 답하더라는 것이다.

다른 나이지리아인들도 ‘나이지리아인은 출입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는 그 레스토랑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앞선 두 가지 사례는 모두 인종에 따른 차별로 인정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주의조치와 인권교육, 재발방지 등의 권고를 받았다.

지난해 말 국내 체류 외국인은 126만여명으로 국내 인구의 2%를 넘어섰지만 이들을 포용하고 다문화 사회로 가기 위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사실은 사이버 공간에서도 확인된다.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인터넷상의 인종차별적 표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외국인이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누리꾼의 정서적 반응에 호소하는가 하면, 심지어 폭력적 행위를 하도록 선동하는 표현이 심심찮게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혼혈인의 증가를 가져오는 국제결혼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뿌리 깊은 순혈주의 인식이 대표적이다.

또 “G20 회의장 반경 2km 이내에는 무슬림의 접근을 금지시켜야 한다. 혹시나 모를 테러에 대비해 접근 시 전원 사살해 버려라”는 등 중동 출신 외국인을 테러리즘과 연결해 위험한 집단으로 묘사하는가 하면 극단적인 적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XX들은 한국인 여성 중 약자인 지적장애인들을 골라서 성폭행하고 강제결혼 후 한국 국적을 취득한다. 이게 다 인종청소주의자들이 없어서 그렇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특정국가 출신을 비하하거나 차별적인 편견을 조장하는 사이버 공간의 표현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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