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롯데-이마트 유통전쟁 3개월 뭐가 달라졌나

창원 롯데-이마트 유통전쟁 3개월 뭐가 달라졌나

입력 2011-03-27 00:00
수정 2011-03-2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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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건 양보없는 경쟁 벌여..인근 전통시장, 전문 가전매장 등 울상

경남 창원시의 상징인 창원광장 옆에 나란히 자리 잡은 대형 할인매장인 롯데마트와 이마트의 ‘유통 전쟁’이 29일로 3개월을 맞는다.

두 할인점은 좁은 이면도로를 사이에 두고 불과 1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대기업 할인매장들 사이에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피할 수 없어 매일 같이 피를 말리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이마트는 기존 고객을 지키려 하고, 후발 주자인 롯데마트는 고객 빼앗기에 나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혈전’을 벌이면서 지역 유통업계가 큰 영향을 받고 있다.

◇ 매출 ‘엎치락 뒤치락’ = 매출 규모에 대해 롯데마트는 1월 165억원, 2월 106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1월 130억원, 2월 110억원이라고 했다.

1월에 개점 효과를 극대화한 롯데마트가 이마트를 이겼다면 2월은 이마트가 세찬 반격으로 롯데마트를 제쳤다.

또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하루 평균 매출은 롯데마트가 3억6천만원, 이마트가 4억5천만원이라고 각각 추계해 두 점포간에 쫓고 쫓기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 차별화ㆍ첩보전 치열 = 이처럼 양측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상황이다 보니 서로 우위를 점하려고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잇따라 내놓는가 하면 1원이라도 더 싸게 팔기 위한 첩보전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롯데마트가 전국 최초의 대형 장난감 전문매장을 마련해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자 이마트는 매장을 새단장하면서 대형 스포츠용품 전문 매장을 설치하는 맞불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양 측은 또 상대 점포의 가격과 상품진열, 사은품 지급 등을 살피면서 제품에 따라 하루에 3차례 이상이나 가격표를 바꿔 붙일 정도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가격 체감도가 높은 삼겹살과 라면, 커피류 등이 주요 대상이다.

◇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져 = 두 거대 유통기업 사이의 경쟁은 전통시장 등 주변 영세상인들에게는 큰 타격이 되고 있다.

두 할인점과 가까운 곳에 있는 상남시장의 신철웅(67) 상인회 회장은 “의류과 공산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40% 이상 떨어진 것 같다”며 “농축산물은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근처에 있는 전문 가전매장도 직격탄을 맞아 평일에 20~30%의 손님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나마 주말과 휴일에는 찾아오는 손님 수가 크게 줄지 않아 다행이라는 것이다.

두 마트와 직선거리로 300m 가량 떨어진 한 피자가게 업주도 “마트의 영향으로 10% 정도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

반면 롯데마트와 지하통로로 연결된 롯데백화점 창원점은 “식품과 가전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준비를 많이 했으나 매출이 별로 빠지지 않았다”며 “마트에 몰리는 손님들 중 상당수가 백화점에 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영세상인과의 공생 방안 찾아야= 지역의 영세상인들은 당초 우려대로 대형 유통기업간 전쟁이 심각한 타격으로 다가오자 상생할 수 있는 방안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판매품목이나 영업시간 제한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종미 민주노동당 조직국장 겸 대형마트 입점 저지 및 중소상인 살리기 경남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관련 법과 조례에 대형 할인매장의 허가제를 도입하거나 심의기구를 통해 허가제에 준하는 규제가 담긴 방안이 마련되어야 실질적으로 영세상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남대 경영학부 김상덕 교수는 “이 문제를 논의한 지 10년 가까이나 되지만 아직 뾰족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양측간 취급 상품과 영업 시간대를 달리하는 것과 영세상인들의 공동 물류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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