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횡령 등 인정되지만 미미… 공소시효 만료”
‘BBK 의혹’을 폭로한 에리카 김(47)씨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이 김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이로써 2007년 대선 당시 불거져 특별검사까지 도입하는 등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BBK 사건의 수사가 종결됐다.검찰은 김씨가 동생 경준(45)씨와 함께 2001년 7~10월쯤 창업투자회사 옵셔널벤처스의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증권거래법 위반)에 대해서도 역시 공소시효(7년)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또 횡령 공모 혐의에 대해서는 김씨가 회사 돈 357만 달러가량을 쓴 것으로 봤지만 기소유예로 처분했다.
윤갑근 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횡령 계좌의 송금·인출을 담당하는 등 공모 사실이 인정되지만 가담 정도가 미미하고, 동생 경준씨가 같은 건으로 복역 중인 점 등을 감안해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씨 역시 횡령에 대해서는 “주택 구입 등을 위해 일부 빌린 것이며, 187만 달러는 변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김씨를 불기소 처분함에 따라 BBK 사건에서 경준씨만 처벌을 받고 있다. 경준씨는 옵셔널벤처스 주가 조작 및 횡령,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2009년 대법원에서 징역 8년, 벌금 100억원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에리카 김의 입국과 정권 실세와의 ‘사전 교감설’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비판하고 있다. 앞서 김씨가 지난달 25일 돌연 귀국하자 정치권 등에서는 “BBK 의혹을 정권 차원에서 정리하기 위한 기획입국”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가 불기소 처분되자 예정된 수순대로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윤 차장검사는 “김씨는 한국에서 기소 중지된 사건이 있을 경우 교민이 많은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생활하기 어려워 정리 차원에서 입국했다고 귀국 이유를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검찰이 김씨의 보호관찰 기간에 ‘범죄인 인도 요청’ 등의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고 결국 공소시효가 만료됨에 따라 애초부터 수사 의지가 없었다는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11-03-22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