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편지’ 자작극…재수사 않기로

‘장자연 편지’ 자작극…재수사 않기로

입력 2011-03-16 00:00
수정 2011-03-1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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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방경찰청과 분당경찰서는 16일 ‘장자연 편지’라고 공개된 문서가 장씨의 친필이 아닌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문건 전반에 대해 재수사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새로운 수사단서가 확보되는 경우 언제라도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경기경찰청 김갑식 형사과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고(故) 장자연씨 친필이라고 주장되던 편지 원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필적감정.지문.DNA 분석 결과 장씨와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정신질환 의심이 있는 수감자 전모(31)씨가 장씨의 필적을 흉내 내 작성한 위작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씨의 성향, 병력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편지봉투 조작 흔적, 편지 내용 등 분석에서 나온 여러 조작 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위작의 근거로 경찰은 전씨의 재소 동료로부터 “전씨는 ‘장씨와 오빠 동생하는 사이로 출소하면 연예기획사를 차려 장씨를 메인 연기자로 스카우트 하겠다’는 말을 하며 하루에 5~6통의 편지를 작성하기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전씨의 심리상태를 분석한 경찰청 프로파일러 권일룡 경위는 “전씨가 유명 연예인과 개인적으로 친하고 자신을 대단한 능력자로 믿는 과대망상 증상과 사고과정의 장애를 보이는 등 정신분열증 초기단계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장씨와 전씨의 성장과정도 판이해 친분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

장씨는 정읍에서 초중고를 졸업했고, 전씨는 초중학교는 강진, 고교는 전남 광주에서 다니는 등 생활권이 달라 친분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 수감 중인 전씨의 면회접견부와 우편물 수불대장에서도 장씨 또는 ‘장설화’라는 필명으로 면회한 사실도, 수발신한 우편물도 없었다.

장씨의 가족과 지인들도 전씨를 모르고 편지를 받은 사실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전씨가 재판부에 낸 탄원서에 첨부된 편지 50통 230쪽 내용에도 언론에 공개된 것 외에 장씨 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전씨가 위작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구체적인 위작 작성경위는 단정할 수 없으나 장자연 관련 신문스크랩 기사 등을 통해 언론에 공개된 장씨의 자필문건을 보고 필적을 연습해 편지를 작성한 것으로 판단했다.

국과수 역시 이날 감정결과 브리핑에서 경찰이 의뢰한 편지 원본 24장의 필적은 장씨의 친필과 다르고, 전씨가 쓴 필적과 비교하면 일부 반복적으로 맞춤법을 틀리게 기재하는 습성이 공통적으로 관찰된다며 전씨의 자작극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전씨가 자작극임을 자백하지 않는 한 편지의 실제 작성자와 경위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을 것으로 보인다.

gaonnu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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