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누워 감자튀김 먹고 계십니까”

“소파에 누워 감자튀김 먹고 계십니까”

입력 2010-12-29 00:00
수정 2010-12-2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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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병’ 대장암 한국 습격… “올 위암 제치고 1위”

“지금도 소파에 누워 감자튀김을 먹으며 TV를 시청하지는 않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대장암에 걸렸을 수도 있습니다.”(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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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 먹어서 생겨 ‘부자병’으로 불리는 대장암이 무서운 기세로 증가하고 있다. 약 10년 전인 1999년만 해도 국내에서 대장암에 걸리는 사람은 연 9714명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2008년 공식 집계 환자 수만 2만 2623명에 이른다. 9년 사이에 무려 133%(2.3배)나 늘어났다. 대장암은 2005년 암 발생률에서 폐암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더니, 이제 1위인 위암(2만 8078명)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전문의들은 “대장암 환자 증가 추세가 이대로라면 향후 5년 내에 위암을 앞지를 것”이라는 우려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관련 학회에서는 “비공식적으로 올해 대장암이 위암을 앞지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서구형 암’으로 분류되던 대장암이 최근 무서운 기세로 느는 것은 서구화된 식생활 습관과 관련 있다. 육류의 과다 섭취로 인한 비만환자의 증가와 함께 감자튀김, 햄버거 등 동물성 지방이 많은 패스트푸드의 일상적인 섭취가 대장암을 유발한다는 것.

이우용 교수는 “육류 섭취를 줄이는 것은 물론 특히 소화기암 유발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탄 고기는 절대 먹지 말아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꾸준히 운동을 하면 최소한 대장암의 취약성에서는 일정 정도 벗어나게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견해도 있다. 육류보다는 짠 음식과 술이 더 위험한 대장암 발병원이라는 것이다. 황대용 건국대 대장암센터장은 “육류 섭취가 대장암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며 의료계에서도 반대 의견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오히려 짠 음식과 술이 대장의 점막 등 방어막을 파괴함으로써 그 틈으로 발암 물질이 침투해 암이 발생한다고 보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면서 “대장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음식을 싱겁게 먹고, 술을 적게 마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대장암은 ‘수험생병’과 흡사한 증상을 보인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초기에는 별 증상이 없다가 암세포가 커지면서 소화불량·복통·변비·설사·치질·빈혈 등의 증상을 보인다. 그렇다 보니 대장암을 단순한 질병으로 오인해 병을 키우는 사례가 허다하다는 것. 이 때문에 대한대장항문학회에서는 5년에 한번은 대장내시경 검진을 받으라고 권고한다. 특히 대장암은 가족력에 따라 발생률이 2~3배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가족 중에 대장암에 걸린 사람이 있으면 20대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생활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의들의 조언이다. 대항병원 육의곤 박사는 “대장암 전 단계인 용종(茸腫)을 빨리 찾아내 제거하는 것이 대장암을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2010-12-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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