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화제]세종문화회관 2기 시민배우 연극교실

[주말화제]세종문화회관 2기 시민배우 연극교실

입력 2010-11-06 00:00
수정 2010-11-0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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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업 잠시 접고 밤마다 ‘리얼리티쇼’

“상대 배우가 휴대전화를 쳐다보며 통화가 끊어졌다는 걸 확인한 뒤에 대사를 들어가야 내가 알아차렸다는 뜻이 됩니다. 그 전이나 그 이후에 들어가면 행동과 대사가 연결이 안 돼요. ”

“여러분 발 밑에 흰 점선 보이시죠? 그게 분할 조명 표시입니다. 그 선을 넘으면 조명을 못 받아요. 그 점 신경 쓰면서 다시 한번 갑니다. 정신 차리세요. 낼모레가 공연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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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한 문장 끝나잖아요. 그 대목에서 숨을 끊고 다음 대사 해야죠. 안 그러니까 다음 대사가 무슨 말인지 안 들리잖아요. 그리고 대사 외운 티 내지 말고요.”

지난 4일 오후 9시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5층 연습실. ‘진짜 진짜 리얼리티쇼’의 연출을 맡은 강신구씨의 지청구가 쉼 없이 이어진다.

두 시간 전 연습을 시작할 때만 해도 만두로 빈속을 달래며 “목요일반 표는 벌써 매진됐데.”, “우리 표도 팔려야 할 텐데 어쩌지.”라며 웃어대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뻔히 다 아는 대사에, 상황에, 동선인데 이게 왜 자꾸만 엉키나. 서로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연기에 몰입한다.

이들은 그냥 일반인들. 하여 시민배우다. 정확히는 세종문화회관이 지난 4월에 뽑은 ‘시민연극교실’ 화요일반 배우들이다. 지난해 1기에 이은 2기다. 45명을 선발, 화·수·목요일반 세팀으로 나눠 각각 ‘진짜 진짜 리얼리티쇼’ ‘고백 오마이 갓’ ‘나비섬 가는 배’를 6~7일 이틀 동안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 무대에 올린다.

아이디어는 김석만 서울시극단장이 냈다. 삶은 연극이라는데, 대학교수, 최고경영자(CEO), 직장인, 주부, 무당까지 다양한 사람을 골고루 섞어서 연극을 만들면 그 어떤 기성 배우나 작품보다 괜찮은 ‘물건’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2기생 약력을 훑어보니 대충 감이 온다. 보험설계사, 교사, 등산학교장, 치과의사, 주부, 카페 매니저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모였다. 국민가요 ‘개똥벌레’를 작사한 이흥건씨도 있다. 나이도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공통점이 있다면 연극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

시민배우들은 대본도 직접 만들었다. 거창한 남 얘기가 아니라 소소한 내 얘기를 해보자는 뜻에서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잃어버린 나를 회복하고 치유해 보자는 의도다.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이두성 서울시극단 지도단원은 이를 ‘자기화된 것의 표현’으로 정리했다.

“간혹 불만스러워하시는 분이 있으세요. 셰익스피어의 명작 같은 걸 해보고 싶었다는 거지요. 그럴 때마다 송강호를 팔아서 진압합니다.” 배우 송강호가 연극무대에 처음 섰을 때, 경상도 사투리에 너무 신경썼다고 한다. 아무리 주변에서 “너다운 연기를 하면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송강호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스러운 연기를 하면서 비로소 영화배우로도 성공했다고 설득하는 거죠. 하하하.”

그런데 이들은 왜 멀쩡한 생업을 놔두고 밤마다 ‘리얼리티쇼’에 매달리는 것일까. 화요일반의 맏언니 장선혜(57) 제인인터내셔널 대표가 대답했다. “처음엔 쳇바퀴 같은 인생에 뭔가 탈출구가 필요해 지원했어요. 와 보니 저 같은 사람이 절반이더군요(웃음). 용기를 내 저지르긴 했는데 그래도 이 나이에 뭐 하는 짓인가 싶어 처음엔 ‘인문학 강의’ 들으러 다닌다고 집에 거짓말했어요. 그런데 이게 하면 할수록 참 재미있더라고요. 이런저런 강의를 많이 들었지만 이런 (시민배우) 프로그램은 정말 흔치 않아요. 희곡에 대한 이론수업 자체가 인문학 강의예요. 그리고 이제는 문화를 즐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해보는 시대 아니던가요?”

1기 선배인 주부 이성주씨도 거들고 나섰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어요. 해보면 맛을 알게 돼요. 그래서 12월에 1기 20여명이 모여 손톤 와일더의 ‘우리 읍내’ 공연을 해요. 한번 하고 말 게 아니라 계속 이어가자는 뜻이지요.”

세종문화회관 시민배우교실은 해마다 4월쯤 모집한다. 명동예술극장도 올해 ‘아마추어 배우교실’을 신설했다. 주부반·직장인반 15명씩 선발하고 지원서는 오는 10일까지 접수한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지만 시민배우들의 얼굴은 여전히 흥분과 열정으로 넘쳐났다. 이때 누군가 툭 던지는 말, “그런데 공연 담당 기자분이라면 누구보다 이런 거 먼저 한번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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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0-11-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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