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침수사고 K21 장갑차 설계 때부터 앞으로 기울어”

“잇단 침수사고 K21 장갑차 설계 때부터 앞으로 기울어”

입력 2010-09-08 00:00
수정 2010-09-0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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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조사단 지난달 국방부 보고

최신예 K21장갑차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균형이 맞지 않아 침수사고의 위험성이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장갑차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기울게 설계돼 도하작전시 장갑차 앞쪽에서 들어오는 물을 막을 수 없었던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을 군과 방위사업 관련 기관, 제조사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이 지난달 시운전을 통해 이미 확인했으며 동영상까지 찍어 분석까지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져 국방부와 군의 늑장발표에 비난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변속기·엔진 조종석 앞 위치도 문제

7일 군수 장비에 정통한 군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7월 장병 1명이 사망한 K21 장갑차 침수사고에 대한 합동조사단은 지방의 한 장갑차 도하훈련 시험장에서 시험운행을 통한 정밀분석으로 “K21이 개발 당시부터 수상 운행을 위한 안정성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장갑차의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 도하작전시 기울어진 상태로 운행할 수밖에 없고 앞에서 밀려오는 물이 장갑차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또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된 것에 대해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당시 장갑차의 변속기와 엔진이 하나의 박스로 구성된 ‘파워팩(Power Pack)’을 조종석 앞 오른쪽에 위치하도록 설계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을 종합하면 K21장갑차가 태생적으로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치우쳐 있었고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ADD 등은 장갑차의 상부가 수면과 수평이거나 장갑차 앞부분이 뒷부분보다 조금 더 높게 설계하고 개발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개발단계에서 이런 부분들이 변수로 고려됐을 텐데 몰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배수펌프 용량도 규격에 턱없이 미달

또 조사단은 장갑차 안으로 물이 들어왔을 경우 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배수펌프의 기능이 제대로 동작할 수 없다는 문제도 발견했다. 당초 개발 당시에는 470여ℓ를 배수할 수 있는 펌프가 선정됐다가 개발완료 후 장갑차 생산을 위한 규격화 과정에서 300ℓ나 적은 170여ℓ짜리가 채택됐다. 170ℓ짜리 펌프는 K200 장갑차용이다. 게다가 배수펌프의 위치가 동력장치실 내부 하단에서 약 50㎝ 이상 높은 곳에 위치해 펌프가 정상적으로 작동해도 100ℓ의 물은 빼낼 수 없다는 결정적 문제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조사단은 장갑차의 가속페달을 밟고 주행하던 중 갑자기 발을 떼면 속도가 급감해 차체가 앞으로 급격히 기우는 현상을 개발단계에서 고려하지 않은 점도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변속기를 설치한 차량의 경우 가속페달을 갑자기 떼도 속도가 서서히 줄어드는 것과는 반대인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이 물속에서 발생할 경우 이미 무게중심이 장갑차 앞으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25t에 달하는 장갑차가 물속으로 앞부분을 깊숙이 넣게 되고 조종수가 당황해 다시 가속페달을 밟게 되면 물속으로 향하게 된다.

조사단은 이 같은 결론을 지난달 마무리해 국방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발표는 더디다. 원인 분석이 끝났지만 조사가 덜 마무리됐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문제점을 확인하고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는 배경에 의문부호가 쏟아지는 대목이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2010-09-0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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