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새 설마 했는데…” 당혹스런 행안부

“국새 설마 했는데…” 당혹스런 행안부

입력 2010-09-02 00:00
수정 2010-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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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대 국새(國璽) 제작단장인 민홍규씨가 1일 “국새를 만드는 전통 기술이 없다”고 시인함에 따라 국새 제작과 사용을 책임진 행정안전부는 적잖이 당혹스런 모습이다.

 국새는 헌법개정 공포문을 비롯해 국가 공무원의 임명장과 각종 훈·포장,외교문서 등 중요문서에 찍히는 국가를 상징하는 관인(官印)인데 신성해야 할 이 국새의 제작과정이 한 사람의 사기극으로 더럽혀졌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새에 치명적인 문제점이 발견됨에 따라 행안부는 4대 국새를 계속 쓸지,다른 국새로 교체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참 갑갑하네…” 당혹·난처=국새가 당초 알려진 대로 600년 전통의 제작방식이 아니라 민씨가 벌인 ‘전통 쇼’의 장막 뒤에서 평범한 주물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시 대대적인 국민공모를 통해 국새를 제작한 행안부는 여간 난처한 처지가 아닐 수 없다.

 일단 행안부는 아직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사건의 추이를 보면서 최대한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김상인 대변인은 “경찰로부터 자세한 내용을 통보받고 내부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국민 여론도 들어보고 전문가들과 충분히 논의해서 앞으로 대책을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설마 했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행안부 내부는 적잖이 놀라는 분위기다.

 행안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설마 했는데 민씨가 전통 기술을 모르면서 국민 앞에 전통기술을 운운하며 국새 제작단장을 맡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참 갑갑하다.국새가 품질에는 이상이 없는데 제작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어서 국새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4대 국새는 어떻게 할까=국새가 단순히 공문서에 날인되는 관인을 넘어 국가의 권위와 정통성을 상징하는 물건이라는 점에서 국새 제작 과정이 거짓말로 점철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국새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찮다.

 행안부는 일단은 국새 자체에 균열이나 흠집이 나지는 않았다는 점을 거론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국새는 이미 진흙탕 싸움을 거치며 표면상의 흠집을 넘어 치명상을 입었다는 것이 국새를 바라보는 대체적인 시각이다.

 행안부는 4대 국새와 관련한 사안을 국민 여론 수렴과 각계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의 4대 국새를 계속 쓰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행안부는 5대 국새를 만들거나 3대 국새를 보완해 다시 쓰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

 3대 국새는 1999년 2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제작됐으나 2005년에 균열이 발견돼 2008년 2월 4대 국새로 교체됐다.

 4대 국새 자문위원을 지낸 조창용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 책임연구원은 “3대 국새가 균열이 생긴 것은 주물이 아니라 설계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국새 내부를 보강하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아예 5대 국새를 만드는 것은 국민제안 모집과 제작자 선발 등 복잡한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국새와 관련한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재풍 행안부 의전과장은 “아직은 사실 관계가 명확하지 않으니 좀더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 같다.경찰의 최종 수사결과가 나오면 자문위를 다시 소집해 국새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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