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허위보고에 은폐까지…경찰 왜 이러나

늑장·허위보고에 은폐까지…경찰 왜 이러나

입력 2010-06-18 00:00
수정 2010-06-1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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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저한 상명하복의 계급 조직인 경찰에서 보고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경찰 안팎에서 최근 부쩍 나온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사회의 이목을 끈 대형 사건마다 일선 경찰서에서 지방청으로,지방청에서 본청으로 이어지는 보고 라인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상부에서 제대로 대처를 할 수 없도록 하부에서 늑장보고를 하는가 하면 사실을 왜곡하는 허위 보고도 나왔고 아예 사건 자체를 은폐,축소하려 시도한 적도 있었다.

 이틀 전인 16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결과 발표에 따라 피의자를 고문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양천경찰서는 늑장 보고로 물의를 빚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일찍이 인권위의 조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었고 4월 초에는 서울 남부지검이 영장을 제시하며 경찰서의 CCTV까지 압수수색 했지만 양천서는 이런 사실을 5월 말에야 서울청에 보고했다.

 지방청에 늦게 보고되다 보니 본청에서는 인권위의 발표 당일 오전에야 양천서 고문 의혹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본청은 애초 인권위 권고가 공식적으로 통보돼야 감찰조사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가 전면적인 감찰에 착수하겠다고 입장을 바꾸는 등 늑장 보고로 인해 시급한 현안임에도 허둥거릴 수밖에 없었다.

 여덟 살 여아가 초등학교에서 납치돼 성폭행을 당한 ‘김수철 사건’에서는 ‘거짓말’ 보고가 문제였다.

 이 사건을 담당한 영등포경찰서는 “피해자 부모가 강력하게 언론 보도를 원하지 않고 있다”며 서울청에 보고했지만 정작 피해자 부모는 경찰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등포서는 “피해자의 2차 피해가 우려됐다”고 해명했지만,서울청은 상부에도 거짓 보고를 한 부분은 문제가 크다고 판단하고 감찰조사를 벌이고 있다.

 올 초 서울의 한 전·의경 기동단에서 경리를 담당하던 한 대원이 동료의 급여와 부대 운영비까지 3천여만원을 들고 탈영한 사건은 이 같은 은폐,축소 보고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애초 해당 부대는 탈영 대원의 횡령 사실을 숨긴 채 탈영 부분만 서울청에 보고했으며,감찰 조사에서도 횡령 금액을 축소하려 했다.

 더구나 본청에서는 사건 자체를 모르고 있었고,연합뉴스 보도를 통해 사건이 알려지자 부랴부랴 전면 재감찰에 착수해 책임자를 징계했다.

 이처럼 경찰의 보고 체계가 흔들리는 것은 조직내 복무기강이 총체적으로 허술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경찰 안팎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강희락 경찰청장의 피할 수 없는 ‘레임덕’ 조짐으로 보는 이들도 일부 있지만 경찰청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업무 성과엔 가점을 주고 비난성 사건이나 사고가 터지면 감점을 하는 지나친 성과주의가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천서 고문 의혹을 사실로 가정할 경우 강력팀 형사들이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피의자들에게 고문이나 가혹행위를 했고,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문제 될까봐 가혹행위 자체는 감추려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일선서의 한 간부는 “문제가 될만한 사건은 축소하거나 보고를 늦추려는 관행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성과주의의 강화로 이런 경향이 심화한 것 같다”며 “상부에서 강력한 지도력으로 조직을 다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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