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기술 무장 ‘전력의 핵’ 생계 맡은 효자 가장 많아
천안함 침몰사고로 숨지거나 실종된 승조원들 46명 가운데에는 ‘함정 엔지니어’로 불리는 해군 부사관이 무려 65%(30명)를 차지한다. 해군 부사관은 장교와 수병 간 징검다리 역할은 물론 함정 운항에 필수적인 각종 기술을 오랫동안 습득한 전문가로 해군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한 명의 숙련된 부사관을 키우기 위해서는 수년의 시간과 엄청난 교육 비용이 투입된다. 그만큼 이번 희생에 따른 해군의 전력손실이 엄청나다. 특히 희생된 부사관들 가운데에는 부모 등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기 위해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입대한 ‘효자 가장’들이 많아 안타까움을 더했다.16일 해군에 따르면 부사관이 되기 위해서는 9주의 기본 양성교육을 시작으로 1~5개월간의 직별·병과별 전문 기술보수 교육을 받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직을 배치받기 전 최신 전투함 보직 예정자들은 1개월가량의 실전·이론교육에 들어간다. 즉 최대 8개월이란 긴 시간을 조타, 음파탐지, 사격통제 등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교육을 받는 셈이다.
통상 해군은 ‘기술군’으로 불린다. 육군은 물론 공군에 견줘 전문적인 함정 운용기술을 오랜 시간 교육 받기 때문이다. 또 장교부터 사병까지 모두가 함정뿐 아니라 항공, 잠수함 등의 장비를 다루는 기술까지 습득해 담당한다. 결국 이번 사고로 군은 전문적인 기술과 경험을 보유한 인적 자산을 한꺼번에 잃은 셈이다.
기술병인 해군 부사관들 대다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임관했다. 장진선(22)하사는 강원 동해시 광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항공전문학교 항공정비과에 진학했다. 이곳에서 정비 기술을 배워 가스터빈을 정비하고 보수유지 임무를 담당하는 내기(가스터빈) 하사로 복무했다.
장 하사의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인 박동호씨는 “굉장히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학생이었다.”면서 “기술을 배우겠다며 스스로 학교를 결정했다.”고 기억했다.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김종헌(34)중사도 부산 기장군 장안종합고등학교를 나와 대학 입학을 포기하고 바로 해군 부사관 163기로 입대해 동생들의 학비를 책임졌다. 손수민(25)하사도 울산 연암동 무룡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통기하사로 임관했다.
해군 관계자는 “육군은 사병, 공군은 장교 중심이라면, 해군은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부사관 체제로 움직이는데 이번 참사로 가정은 물론이고 국가에서도 손실이 크다. 해군 측의 사기도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안타까워했다.
백민경 이민영기자 white@seoul.co.kr
2010-04-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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