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한국기자들도 ‘1인2역’…직접수술

아이티 한국기자들도 ‘1인2역’…직접수술

입력 2010-01-25 00:00
수정 2010-01-2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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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출신 MBC, SBS, 동아 기자 의료봉사 맹활약

아이티 지진 참사현장에 파견된 한국 기자들이 취재만 하기에도 벅찬 열악한 환경에서 직접 수술을 집도하는 등 1인 2역을 맡아 맹활약하고 있다.

 부상한 아이티 소녀의 머리에서 콘크리트 파편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 전 세계의 찬사를 받았던 미국 CNN 방송 기자에 견줘 전혀 손색없는 의료봉사 활동을 펴고 있는 것이다.

 취재 활동을 잠시 보류한 채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거나 고통을 덜어주는 의료봉사에 뛰어들어 활약상이 가장 뛰어난 기자는 신재원(38) MBC 의학전문기자.

 신 기자는 24일 오후(현지시각)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시내의 한 병원에서 고려대 안암병원 박관태 외과 전임의와 함께 30대 아이티인 남성의 탈장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척추 마취 뒤 배를 째고 탈장을 묶는 대수술이었지만 2시간에 걸쳐 아무런 후유증 없이 수술을 끝낸 것.

 신 기자는 지난 23일에도 지진으로 오른 다리를 다친 40대 아이티인 여성의 다리에서 고름을 빼내고 부상 부위를 소독하는 혈종 제거 수술을 20분 만에 끝냈다.

 지진 피해를 취재하고자 지난 22일 고려대 의료봉사단과 함께 포르토프랭스를 찾은 그는 봉사단이 수술을 도울 의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운다는 소식을 접하자 방송용 마이크를 잠시 놓고 이틀 연속 수술 지원에 나서 큰 성과를 거뒀다.

 그는 “취재를 위해 이곳에 왔지만 도움을 줄 여력이 돼 기쁘다”며 “의사면허증 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음 지었다.

 신 기자와 함께 수술을 집도한 박관태 전임의는 “같은 마음으로 수술을 도와줘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기자와 수술하기는 처음이지만 호흡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신 기자는 인턴 1년, 레지던트 3년, 보건소 의사 3년 등 7년간 모두 10여 차례 수술을 했으며, 2006년 1월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증을 땄다.자격증을 획득한 그해 MBC에 입사했고 기자로서 수술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티에 취재 나온 한국 기자들의 의료봉사 활약 사례는 더 있다.

 연세대의료원 ‘의료봉사단’ 일원으로 아이티에 온 동아일보 이진한(39) 기자는 현지에 도착한 지난 23일부터 병원을 돌며 진료를 도왔다.의사 출신인 이 기자는 24일에도 봉사단과 함께 오전부터 진료 활동을 폈다.

 이 기자는 25일 연세대의료원 정형외과 문은수 전임의를 도와 20대 여성의 무릎 절단 부위를 재수술 할 예정이다.

 SBS 조동찬(36) 기자 역시 대학에서 신경외과를 전공한 의학전문기자로 24일 의료봉사단과 함께 현지 병원에서 온종일 진료 등의 활동을 하며 취재를 병행했다.

 조 기자는 지진으로 뒤통수를 다친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약 8cm를 꿰매는 치료를 했다.

 미국 CNN 방송의 의학전문기자인 산제이 굽타 박사는 아이티 지진 참사 취재도중이던 지난 18일 지진으로 부상한 12세 아이티 소녀의 머리에서 1.2㎝ 크기의 콘크리트 파편을 제거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내 국제적으로 화제가 됐다.

 포르토프랭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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