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9개大 전공선택 분석… 40~60% 상경계 지원
주요 대학들이 앞다퉈 신설한 자유전공학부가 도입 1년만에 ‘취업학과’로 변질되고 있다. 창의적인 탐구능력과 새로운 융복합학문을 개발하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상경계열 집중화 등 취업을 위한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학생은 인기 학과로 ‘점프’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삼기도 한다.●서울대 융합전공 3명… 도입취지 무색
19일 서울신문이 서울지역 9개 대학 자유전공학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과별로 많게는 학생의 절반 이상이 경영·경제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전공학부는 1학년생들이 1년 동안 다양한 학문을 접한 뒤 2학년에 올라가면서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2학년이 되는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첫 전공 심사를 진행 중인 서울대의 경우 전체 정원 90명 가운데 40% 가량이 ‘경영학’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4개 전공을 선택한 60%의 학생 가운데 본인 스스로 2개 이상의 학문을 합친 ‘융합전공’을 신청한 학생은 3명에 그쳤다.
25일 자유전공학부 개별 전공을 최종 결정하는 연세대는 지난해 자체 설문조사에서 경영학을 선택한 학생이 60%에 달했다. 이화여대는 스크랜튼학부 정원 40명 가운데 전공을 결정한 34명을 조사한 결과 경제학이 12명, 분자생명과학 7명, 정치외교학 4명, 경영학 3명, 국제학 2명 등으로 나타났다. 경희대 자율전공학과는 인문계열 학생의 40~50%가 경영전공을 선택했다. 홍익대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연세대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한 뒤 올해 경영전공을 선택한 A(20)씨는 “하고 싶은 공부를 하려고 자유전공학부에 왔지만 막상 1년간 전공을 결정하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취직을 위해 경영학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09학번 B씨(20)는 “경영대 등 지원하려다 수능시험 점수가 모자라면 커트라인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유전공학과로 우회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고려대 선택제한제 등 추진
해당 대학들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자유전공학부장은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한 뒤 적성을 탐색해보고 진짜 자신이 하고 싶은 학문을 정해야 하는 데 단순히 서열에 따라 경영대로 몰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고려대는 인기전공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개별 전공 선택 인원을 전체 자유전공학부생의 10% 이내로 제한할 방침이다. 반면 서울대는 최대한 자율적으로 전공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지난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경쟁률은 인문계열이 5.93대 1, 자연계열은 4.12대 1이었지만 올해는 각각 4.89대 1, 3.85대 1로 낮아졌다. 연세대 자유전공학부도 지난해 7.47대 1에서 올해 4.88대 1,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는 2.82대 1에서 2.4대 1, 성균관대 자유전공학부는 6.3대 1에서 5대 1, 홍익대 자율전공학부는 12.33대 1에서 11.5대 1로 각각 경쟁률이 하락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10-01-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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