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연세대에 따르면 국어국문학과 교수회의는 지난 1일 교내 인터넷 자유게시판에 “마 교수의 표절 행위는 명백히 의도적인 것으로 대학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행위다. 따라서 마 교수가 더 이상 강단에 설 수 없고 결코 서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표명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표절 행위가 대학 사회에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는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 데 국문학과 교수들 전체의 지혜와 뜻을 모으기로 했다.”면서 마 교수의 2007학년도 1학기 전공수업 ‘문학이론의 기초’를 폐강하기로 결정했다.
교내 인터넷 수강편람에도 원래 마 교수가 맡기로 했던 전공과목란의 담당교수명을 지우고 빨간 글씨로 ‘폐강’을 적어 놓아 수강신청 자체를 불가능하게 했다. 연세대의 전공과목 강의 개설권과 강사 선임권은 관련 학과측에 있다. 그러나 졸업생과 재학생, 독자들은 현재 징계를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동료 교수들이 사실상 ‘마 교수 축출’과 다름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이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성명서 발표 이후 150여개의 댓글이 오르는 등 마 교수를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게시판에 글을 쓴 재학생 강모씨는 “마광수 교수가 뛰어난 작가니까 용서해야 한다는 논리도 말이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학과 차원에서 임의적으로 수업을 폐강처리하는 것은 납득할 만한 처사라 할 수 없다.”면서 이 사태를 비난했다. 또 재학생 황모씨도 “징계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강의권을 박탈하는 것이 이해 가지 않는다.”면서 학교측에 명분과 절차를 갖출 것을 촉구했다.
한 졸업생은 “동료가 어려운 지경에 놓이면 도와 주는 게 인지상정인데 어찌 이렇게 인민재판 벌이듯 동료교수를 난도질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안타까워했다.
반면 교수회의측에 공감을 나타내는 글도 있었다. 한 재학생은 “교수들의 감정 섞인 성명서가 기분 나쁘지만, 원칙적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학교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학생 정모씨도 “마 교수가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만큼 지나친 관용을 베푸는 것이 오히려 더 마 교수의 가치를 죽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마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성명서를 낸 주체가 불투명하다. 교수회의의 이름으로 냈지만 누가 참석했는지 밝히지 않았다.”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수업 폐강에 대해서도 “학교측으로부터 전혀 통보를 받지 못했고, 나도 게시판을 보고서야 알았다.”면서 “2000년 논문 실적 부실 등을 이유로 재임용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던 사건의 재판과 흡사하다. 동료애를 조금도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등에 칼을 꽂는 행위를 해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원하고 나도 가르치는 것을 천직으로 여기는 만큼 계속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 이번 사건은 분명 내가 잘못했지만 뉘우치고 있는 만큼 참작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연세대는 12일 정창영 총장의 발의를 거쳐 재단 징계위원회를 열어 마 교수에 대한 징계 내용을 결정할 방침이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