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대선 3連敗가 아른거리는 한나라당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대선 3連敗가 아른거리는 한나라당

입력 2007-04-28 00:00
수정 2007-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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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냉정하고 무섭다.”

4·25 재·보선 결과를 놓고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렇게 지적했다.

민심의 변화에 뒤처지면 도태되는 것이고, 민심을 제대로 읽고 한발 더 나아가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면 그것이 정당이든 정부든 잘 굴러갈 것이다. 이는 곧 수요자 중심의 정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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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 재·보선 참패의 후폭풍에 휩싸인 한나라당이 어떻게 헤쳐 나갈지 관심이다. 일부에서는 재·보선 하나에 그렇게 의미부여를 해야 하느냐는 지적도 있으나, 높은 당 지지율이 거품이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연말 대선전략을 근원적으로 수정케 만들었다는 점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반감이 그동안 한나라당의 지지율 고공 행진에 일등공신이었다는 점 역시 냉엄한 현실이다. 마치 정권을 되찾은 듯이 기고만장하고 오만방자한 모습을 보인 것을 심판한 것이고, 아울러 한나라당이 과연 수권정당인가에 대한 깊은 회의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안부근 디오피니언 대표는 “이번 재·보선은 국민들이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다음으로 한나라당을 싫어한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해법은 나와 있다.‘준설(浚渫)’이란 표현처럼 당의 저 밑바닥에 고여 있는 모든 것을 뒤엎어야 하는 것이다. 혁명에 가깝게 당의 토양과 체질을 확 바꿔야 한다. 그것이 막대한 국고보조금을 받는 원내 제1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길이다. 겉으로만 바꾸는 시늉을 해서는 정당의 존폐 위기까지 닥칠지 모른다. 재·보선을 코앞에 두고 터진 돈 냄새가 진동하는 여러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든, 어느 지역에서든 터질 수 있는 일이다.

한데, 한나라당이 돌아가는 꼴을 보면 해법은 알면서도 실천과는 거리가 먼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당 지도부는 이미 실기(失機)했다. 강재섭 대표는 당 개혁방안 마련을 방패 삼아 미적거리고 있다. 그런 탓에 강창희·전여옥 최고위원이 사퇴했어도 나머지 지도부는 꿈쩍도 않고 있다. 전적으로 ‘내 탓이오.’의 책임의식과 통렬한 자기반성도 없다. 그냥 ‘시간이 약이겠지.’하는 위기 모면 의식만 잠재해 있다. 시기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것만이 민심 읽기의 시작이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동유세 불발은 물론, 사사건건 싸움만 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것은 양 캠프도 인정한다. 그런데 두 진영은 하루동안 자제하는가 싶더니 다음날부터 예전으로 돌아가 비방전이 한창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무서운 민심을 확인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는 예외다.’라고 우기는 것인지 한심하기 그지없는 행태다. 오로지 정권만이 목표지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투다.

소장파들의 대혁신도 필요하다. 소장파들은 지역구 기초단체장 선거(서울 양천, 경기 양평, 가평)에서 전멸했다. 양평과 가평은 2002년부터 세번 모두 이긴 적이 없다. 말로만 떠들며 지분 챙기기에 바쁘고 대선주자 캠프에 줄서기나 해서는 소장파의 존재 의미가 없다.‘소장파의 종언(終焉)’이란 말도 들린다.

민심의 경고음을 제대로 듣지 못하면 그 결과는 뻔하다. 그나마 재·보선에서 이런 경고를 받은 게 한나라당으로선 다행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한나라당이 하기 나름이다. 지금의 모양새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 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연말의 대선 결과는 ‘3연패(連敗)’다.

jthan@seoul.co.kr
2007-04-2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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