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함경북도의 어랑천 발전소 공사 현장이 2년 전 태풍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폭삭 무너진 모습이 뒤늦게 공개됐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최근 어랑천 일대 발전소 건설에 착수한 지 41년 만에 마지막 공사인 3호 발전소 건설을 마무리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는데, 이는 붕괴와 역경을 이겨내고 성과를 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선중앙TV는 지난 15일 오후 기록편집물 ‘조국의 북변에 새겨진 건설자들의 위훈-어랑천 3호 발전소 건설의 나날을 더듬어’에서 태풍이 휩쓸고 간 처참했던 당시 광경을 방영했다.
이날 TV로 공개된 장면으로는 애초 어떤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사 현장이 어지럽다.
시멘트벽은 무너졌고 통나무가 쏟아져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다. 복구 작업을 위해 포클레인과 사다리차가 투입된 모습도 눈에 띈다.
북한은 2020년 8∼9월 장마철 폭우에 이어 제8호(바비)·9호(마이삭)·10호(하이선) 태풍이 연달아 닥쳐 최악의 수해를 입었다.
특히 어랑천발전소가 있는 함경도는 직격탄을 맞아 최대 연·아연 생산지인 검덕지구 일대에서만 주택 2천여 세대가 파괴·침수되고 도로 6만m가 유실됐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사회 곳곳의 치부를 숨기지 않고 과감히 드러내며 시정의 계기로 삼고 있다.
어랑천발전소의 피해 모습을 공개한 것도 주민들이 당을 믿고 단결하면 자연재해조차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선전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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