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혈통’ 김여정, 좌천됐나 승진했나

‘백두혈통’ 김여정, 좌천됐나 승진했나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9-06-21 19:05
수정 2019-06-2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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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주석 공항 영접에서 7번째 도열… 시주석과 정치국원 촬영 때는 빠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2019.3.2  A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2019.3.2
A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20~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기간에 위상과 역할에 변화가 있음을 감지할 수 있는 신호들이 포착됐다. 다만 김 제1부부장의 승진과 좌천 양극단으로 읽힐 수 있는 신호들이 혼재돼 있어 해석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52일 만인 지난 3일 김 위원장이 평양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 개막공연을 관람할 때 등장했다. 김 제1부부장은 리설주 여사 바로 옆자리에 자리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도 정치적 위상은 변함이 없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달리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이 20일 시 주석을 당 중앙위 본부청사로 초청해 당 정치국 성원과 함께 찍은 사진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사진에는 김 위원장과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 등 33명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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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20일 평양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 및 당 정치국 위원·후보위원과 함께 찍은 기념 사진. 사진에는 2017년 10월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앞줄 왼쪽부터 펑리위안 여사, 시 주석, 김 위원장, 리 여사.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20일 평양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 및 당 정치국 위원·후보위원과 함께 찍은 기념 사진. 사진에는 2017년 10월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앞줄 왼쪽부터 펑리위안 여사, 시 주석, 김 위원장, 리 여사.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 제1부부장은 2017년 10월 당 중앙위 7기 2차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됐고, 지난 4월 정치국 확대회의와 중앙위 7기 4차 전원회의에서도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김 제1부부장이 중앙위 7기 4차 전원회의 이후 후보위원직을 내려놓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 중앙위 7기 4차 전원회의에서 정치국이 개편된 뒤 김 위원장과 새로운 정치국 성원 33명이 함께 찍은 사진에도 김 제1부부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 제1부부장의 직책으로 추정되는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직에서도 교체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는 지난해 김 위원장의 국외 정상외교를 수행했고, 국내 주요 행사에서도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격인 김창선 국무위 부장과 함께 행사장을 누비며 의전과 행사 진행을 총괄했다.

이후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월 블라디보스토크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수행단에서 빠졌으며, 대신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겸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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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현지시간)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북극개발부 장관과 인사를 하고 있다. 현송월 오른쪽은 장룡식 공훈국가합창단장 겸 수석지휘자.  2019.4.24 연합뉴스
24일 오후(현지시간)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북극개발부 장관과 인사를 하고 있다. 현송월 오른쪽은 장룡식 공훈국가합창단장 겸 수석지휘자. 2019.4.24 연합뉴스
시 주석이 20일 평양에 도착했을 당시 공항 영접행사에서는 현 단장이 예전 김 제1부부장처럼 김창선 부장과 함께 행사장을 누비며 행사를 점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김 제1부부장의 의전 및 행사 진행 역할을 대신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 매체가 김 제1부부장을 직책 대신 ‘동지’로만 호명하고 있는 사실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하지만 김 제1부부장의 위상이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보이는 신호도 포착된다. 김 제1부부장은 20일 시 주석의 공항 영접 행사에서 북측 당·정·군 요인 중 7번째로 도열했다. 김 제1부부장 바로 뒤에는 북한군 서열 1위인 김수길 군 총정치국장이 자리했다. 김 제1부부장이 후보위원에서 탈락했다면 후보위원보다 높은 정치국 위원인 김 총정치국장보다 앞서서 서 있기 어렵기에 김 제1부부장의 정치적 위상은 여전하거나 오히려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왼쪽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 이희호 여사의 별세를 애도하며 보낸 조화의 모습. 오른쪽 사진은 김여정 북한 노동장 제1부부장이 판문점 북쪽 통일각에서 우리 쪽 인사들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조의문을 전달하는 모습. 2019.6.12 통일부 제공. 연합뉴스
왼쪽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 이희호 여사의 별세를 애도하며 보낸 조화의 모습. 오른쪽 사진은 김여정 북한 노동장 제1부부장이 판문점 북쪽 통일각에서 우리 쪽 인사들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조의문을 전달하는 모습. 2019.6.12 통일부 제공. 연합뉴스
특히 최근 이희호 여사가 별세했을 당시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러 판문점을 찾았던 사실을 미루어보면 김 위원장의 핵심 측근이자 대리인으로서 김 제1부부장의 정치적 위상은 변함이 없다는 주장이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김 위원장의 특사로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여정은 평양 순안공항(평양국제비행장)에서 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급 인사들과 함께 시 주석을 영접했다”며 “그가 최근에 정치국 후보위원직에서 위원직으로 승진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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