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만찬을 함께하며 건배하고 있다. 두 정상은 앞서 3시간 15분에 걸친 단독·확대회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 상황을 평가하고 현 상황을 진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블라디보스토크 TASS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전날 푸틴 대통령과 확대회담에서 “얼마 전에 진행된 제2차 조미(북미)수뇌회담에서 미국이 일방적이며 비선의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최근 조선반도와 지역정세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위험한 지경”이라며 미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하노이 회담의 결렬과 북미협상 교착 국면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당시 김 위원장은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북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면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며 시한을 못 박은 바 있다.
통신은 전날 확대회담에 앞서 진행된 단독회담에서도 두 정상이 이번 북러정상회담이 “제2차 조미 수뇌회담 이후 불안정한 조선반도 정세를 전략적으로 유지 관리해 나가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유익한 계기로 되었다는 데 대하여 일치하게 평가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두 정상이 “중대한 고비에 직면한 조선반도 정세 추이에 대하여 분석 평가하고, 조로(북러) 두 나라가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보장을 위한 여정에서 전략적 의사소통과 전술적 협동을 잘해나가기 위한 방도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진지하게 토의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이 ‘편리한 시기’에 방북할 것을 초청했으며, 푸틴 대통령이 흔쾌히 수락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김 위원장은 이날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러시아 태평양함대 기지나 루스키 섬의 오케아나리움(해양수족관) 등을 둘러볼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태평양함대 기지 인근에서는 러시아군 의장대가 전날 귀빈을 맞이하기 위한 예행연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또 밤에는 마린스키 극장(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연해주 분관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의전을 책임지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도 이곳을 사전 답사한 바 있다. 또 근교의 우유 공장이나 초콜릿 공장, 빵 공장 중 일부를 둘러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시찰 일정을 마친 뒤 2박 3일간의 방러 일정을 마무리하고 이날 밤늦게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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