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前영국주재 北공사 자서전 ‘3층 서기실의 암호’ 발간
“북미 정상회담 SVID로 갈 수도”김 위원장 성격·뒷얘기 등 담아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관계 전망’ 전문가 초청 강연에서 발언하고 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자신의 외교관 경험을 바탕으로 쓴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 증언’이라는 책을 펴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태 전 공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 증언’(기파랑) 출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북한의 종착적인 결론은 완전한 핵 폐기가 아닌 비핵화의 종이로 포장된 핵보유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자신의 권력구조 체제를 보강하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CVID가 될 것이며 우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핵 폐기와 같은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달 서명한 판문점 선언에서 ‘북한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한 것은 미군의 전략자산 반입 중지 등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판문점 선언으로 남북이 해야 할 것은 핵무기 폐기지만, 한국이 해야 할 것은 미국으로부터의 핵 자산의 반입 중지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 폐기로 받아들이는데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책을 집필했다고 소개한 태 전 공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성격을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칠다”고 평가하면서 “이 책에 대해 북한이 격노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이 개성공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책에 소개했다. “개성공단이 조선 체제에 장기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겠느냐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다. 하지만 얻은 게 더 많다. 우선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돈을 벌었다. 개성 시민에 대한 자연스러운 통제와 관리가 용이해졌다. 다른 지역은 장마당 때문에 주민 통제가 얼마나 힘들어졌나. 개성 시민 5만명이 매일 한 곳에 모여 일하고 퇴근하는데 따로 무슨 관리가 필요한가. 총체적으로 우리가 훨씬 이익이다. 이런 경제특구를 내륙으로 확대해야 한다. 개성공단 같은 곳을 14개 더 만들라”고 말했다고 그는 전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베트남식 개혁노선 채택 가능성에 대해 “핵심은 사상 개방인데 수령을 신처럼 만든 현재 상황에서 사상 해방은 북한 시스템의 붕괴로 갈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태 전 공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김 위원장이 고모부인 장성택 전 노동당 중앙위원회 행정부장을 처형한 이유를 권력적 콤플렉스로 해석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2018-05-15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