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보당국, 김정은은 이성적 행위자라고 판단”

“미 정보당국, 김정은은 이성적 행위자라고 판단”

김지수 기자
입력 2017-12-06 10:58
수정 2017-12-0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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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보도…“이성적이란 믿음 없었다면 선제행동 했을 것”

미국의 정보기관과 군 당국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이성적 행위자’(rational actor)로 믿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정부 당국자들은 김정은이 미국 또는 동맹국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북한의 안보와 자신의 권력 장악에 위협이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감자가루 공장 시찰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감자가루 공장 시찰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는 미 정부가 외교를 통해 김정은의 행동을 바꾸고 전쟁 위협의 수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2일 한 포럼에서 “김정은은 국내외에서 자신의 입지가 얼마나 취약한지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우리 정보기관들은 김정은이 이성적이라고 말한다”고 언급, 이런 분위기를 전한 바 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는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김정은이 더 위험한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었는데도 매번 그런 위험까지는 감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안보 위기를 고조시키면서도 구체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았고, 중국의 19차 당 대회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기간에 도발을 자제했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순방에 맞춰 미 항공모함 3척이 한반도 인근에 배치된 기간에 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행위라고 복수의 군 관료들이 평가했다.

한 미군 관계자는 그 이후 화성-15 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것을 두고 “그는 더 일찍 시험발사를 할 수 있었지만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렸다”며 “순방 기간에 시험발사를 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정보당국자들은 2012년 북한 미사일 발사로 제재와 국제사회의 규탄이 쏟아질 때 김정은을 합리적 행위자라고 처음 판단했다고 전했다. 당시 김정은이 미국을 겨냥해 위협 수위를 올리다 갑자기 도발을 멈춘 것을 두고 정보기관 관계자는 “그가 뭔가를 배웠다. 불을 지폈지만 더 키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병력을 증강 또는 이동하거나 미군 항공기와 함선에 도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 역시 김정은의 합리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혔다.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대응 방식도 ‘김정은은 이성적’이라는 전제에 기초한 것이라고 WSJ는 보도했다.

만약 김정은을 비이성적 인물로 평가했다면 미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한반도 미군 병력을 증강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국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최근 포럼에서 ‘미국의 노력은 경제와 외교적 수단에 의존한다’고 천명한 것 역시 김정은이 이성적이라는 믿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발언이라고 복수의 군 관료들이 전했다.

한 전직 관료는 “우리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김정은을 협상이 가능한 상대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런 믿음이 없었다면 지금쯤 선제적으로 뭔가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합리성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고 WSJ는 전했다.

2014∼2015년 대북 협상에 참여했던 한국 정부의 전직 최고위 관료는 이 신문에 “김정은 치하에서 북한의 협상 접근법은 합리적이고 세심히 계획돼 있었다”며 “김정은의 리더십은 기대했던 것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정은이 합리적이라는 사실이 그가 잔인하거나 도발적이지 않다는 뜻은 아니라고 WSJ는 강조했다.

다만 정보당국의 한 고위 인사는 “국민이 굶주리는 동안 핵무기를 시험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핵무기가 중요한 생존 수단이라고 믿는다면 그렇게 비합리적인 행동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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