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연구소 “패션산업 개방화 대도시 중심으로 활발해질 것”
김정은 시대 들어 ‘퍼스트레이디’인 리설주의 세련된 의복과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의 미니스커트 패션이 북한 사회에 ‘패션’이라는 인식이 대두한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산업은행 KDB미래전략연구소의 통일사업부 박은진 연구원은 25일 ‘김정은 시대 북한 패션산업의 특징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시대 이전 북한 사회에서는 교복이나 인민복 등 전국에 단일 디자인의 의류가 배급돼 패션에 대한 인식이 부재했다.
남과 다른 복장은 사상적 변질로 간주되기도 했다. 특히 영어가 인쇄되거나 한국 상표가 있는 복장은 단속 대상이었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화려하고 세련된 패션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바람은 김정은 부인 리설주와 모란봉악단이 불어넣었다.
리설주는 김 위원장과 동행할 때 하이힐과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녀 화제를 낳았다.
북한 여성들이 이를 따라 외국 명품 브랜드의 모조품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외부에 노출되기도 했다.
또 북한의 연예인 격인 모란봉악단이 과거와 달리 미니스커트를 입고서 다양한 군무(群舞)를 추는 모습을 보여주며 화려한 패션에 대한 대중의 요구를 자극했다.
비밀리에 유통되는 남한 드라마, 영화의 영향과 신흥 부유층의 증가한 구매력이 북한 내 패션 바람의 토대가 됐다.
귀금속류와 패션잡화 수입액은 2012년 83만2천달러에서 2015년에는 170만3천달러로 2배 이상 급증했다.
보고서는 소재, 제조, 유통 등 패션산업의 각 단계에서 급속한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소재는 합성섬유에서 촉감이 좋고 다양한 색상의 염색이 가능한 천연섬유로 바뀌고 있고, 제조방식도 공장제 대량생산에서 개인수공업이나 주문제작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영유통기관이 동일 디자인의 옷을 싼 가격에 배급했다면 최근에서는 패션쇼나 마네킹을 보고 들어온 주문에 따라 맞춤 제작해 공급하는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런 패션의 변화는 북한 사회가 획일적인 통제사회에서 개인의 개성표현이 용인되는 사회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향후에도 방직공장과 개인수공업자가 많은 평양, 신의주, 평성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패션산업의 개방화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복장 단속이 여전히 존재하고 패션문화가 부유층에 국한되며 패션 교육과 전문인력 양성제도가 미비한 점을 고려할 때 패션산업의 활성화가 북한 전역으로 확대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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