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북한 국적 용의자 리정철(가운데)이 굳은 표정으로 3일 말레이시아 세팡경찰서에서 경찰에 의해 추방 절차를 담당하는 이민국으로 호송되고 있다. 리정철이 추방되면서 김정남 암살을 둘러싼 북한 개입 여부는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쿠알라룸푸르 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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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정철은 말레이시아 경찰이 자백을 강요했고, 증거가 날조됐다고 주장했다. 또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가 북한의 존엄을 훼손하기 위한 모략이라고 밝혔다.
리정철은 전날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말레이시아항공 MH360편으로 출국해 이날 새벽 베이징에 도착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리정철 이날 오전 0시 20분(한국시간 오전 1시 20분)쯤 베이징 서우두 공항 3터미널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현장에 있던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그는 공항에서 취재진이 “기분이 어떻느냐”고 물으며 인터뷰를 요청하자 손을 내밀어 막는 몸짓을 해 보이며 “이런 식으로는 안하겠다. 똑똑히(똑바로) 하자”며 언론 앞에 서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이어 도착 2시간가량 뒤인 오전 3시쯤 베이징에 있는 북한 대사관에서 철망 너머로 대사관 밖에 모인 기자들에게 이번 사건이 “공화국(북한)의 존엄을 훼손하는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경찰이 “날조된 증거”로 김정남 살해를 자백하라고 강요했다면서 경찰이 휴대전화 통화 이력과 독약을 싼 종이, 자신의 가족 사진까지 제시하며 자신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리정철의 이런 태도는 공항에서 생각나는 대로 말하지 않고 ‘정제된’ 발언을 하도록 하려는 북한 당국의 지시에 따른 행동으로 보인다.
리정철은 지난달 13일 발생한 ‘김정남 VX 암살’에 연루된 혐의로 말레이 경찰에 유일하게 체포됐던 북한 국적자다.
말레이 사법당국은 리정철이 북한으로 도주한 용의자들에게 차량을 제공하는 등 범행을 지원한 정황을 포착했지만, 그가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데다가 물증 확보에도 실패하자 기소를 포기했다.
리정철은 이날 기자들에게 13분가량 발언을 이어 갔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그가 공공장소에서 언론에게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흥분한 듯 목청 높여 말하기는 했으나, 그는 먼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민 리정철입니다”라고 말했고 말레이시아에서 무슨 일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내 말이 끝나면 물어보라”면서 인터뷰를 주도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였으며 사건과의 관련성은 전면 부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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