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터폴 미가입, 말레이와 범죄인 인도협정도 없어…수사협조 기대 어려워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암살사건의 용의자로 북한 국적 남성들을 지목, 북한 정부 ‘배후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이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이번 사건의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인 리정철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다른 4명은 이미 북한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경찰청 부청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이미 검거한 리정철 외에 리지현·홍송학·오종길·리재남의 행방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와 협력해 쫓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도주 용의자들의 소재를 밝히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은 모두 지난 13일 범행 직후 출국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 17일께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가 이들 용의자의 해외 경유지, 체류 정보 등은 인터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북한 내 정보를 얻을 길은 막혀있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190여 개국이 프랑스 리옹에 본부를 둔 인터폴에 가입해있지만, 북한은 빠져있어서다.
인터폴은 각국 경찰이 테러, 마약 등 각종 범죄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국제기구다. 범죄자가 다른 나라로 도피하면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를 내려 전 세계가 공유, 소재지를 파악한다
행방을 찾아도 소재지 국가가 체포해 송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체포·송환을 위해서는 해당 국가 간에 범죄인 인도협정을 맺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과 말레이시아 사이에는 범죄인 인도협정도 없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도주 용의자들의 북한 내 거주 여부를 파악할 길도, 파악해도 강제 송환할 길이 없는 셈이다.
북한이 이번 수사에 협조해 용의자들을 말레이시아에 송환하는 방법이 있지만,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대사관은 자국 정부의 배후설을 의식한 듯 김정남 시신 부검에 반대하며 조속한 시신 인계를 요청하는 등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를 방해하는 행보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건의 진상 규명은 체포된 리정철의 ‘입’과 증거에 달린 상황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경찰이 유일하게 신병을 확보한 북한 국적 용의자인 리정철은 “암살에 관여하지 않았고 김정남을 죽이지 않았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현지 중문 매체 중국보(中國報) 등이 전했다.
또 경찰은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독극물의 정체를 확인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북한 정부의 배후 여부에 대해 용의자들이 북한 국적자라고만 밝혀 배후를 가릴 수 있는 진술이나 증거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한 소식통은 20일 “북한이 국제적으로 ‘슈퍼노트’(미화 100달러짜리 위조지폐) 유통, 무기 밀매, 자금 세탁 등 각종 범죄 혐의를 받고 있어 인터폴과 같은 국제형사 관련 기구 가입을 꺼린다”며 “주 용의자들이 평양으로 이미 도피했다면 북한의 수사 협조를 받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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