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前대통령, 회고록서 남북 비밀접촉 비사 공개
2010년 3월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 이후 우리 국가정보원 고위급 인사와 북측 인사의 남북 비밀 교차방문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이런 내용은 29일 내용 일부가 공개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밝혀졌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대북제재 조치 직후인 2010년 7월 “국정원 고위급 인사가 방북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이명박前대통령, 내달 2일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출간
제17대 대통령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첫 번째 국정 회고록을 다음달 2일 출간한다. 재임 5년간 국정 경험을 담은 회고록의 제목은 ’대통령의 시간’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측 제공
이명박 전 대통령측 제공
이 전 대통령은 “그러자 북측은 (당사자가 아닌) ‘동족으로서 유감이라 생각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말하자면 남의 상갓집에 들러 조의를 표하는 수준의 사과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였고,그 같은 애매한 표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후인 같은 해 12월 북측 인사가 비밀리에 서울을 방문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12월5일 북측 인사가 비밀리에 서울에 들어왔다. 대좌(우리의 대령) 1명, 상좌(대령과 중령 사이) 1명,통신원 2명을 대동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나는 그들을 따로 만나지 않았다”면서도 “양측은 협의 끝에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북측 인사는 예정보다 하루 더 서울에 머문 후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서울을 방문했던 북측 인사와 관련,“2011년초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공개 처형됐다는 것이다. 당시 권력 세습을 준비하고 있던 김정은 측과 군부에 의해 제거됐다는 얘기도 들려왔다”고 소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10월 당시 임태희 노동부장관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간 이른바 ‘싱가포르 접촉’ 뒷얘기도 소개했다. 북측은 당시 핵문제와 관련,‘폐기’라는 말을 쓰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공동노력’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고, 국군포로 1, 2명을 ‘영구귀환’이 아닌 ‘고향방문’으로 할 수 있으며,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쌀과 비료 등의 대규모 경제지원 약속을 요구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고,(당시) 현인택 통일부장관을 통해 임 장관이 북측와 협의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