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北 이산 상봉 무기 연기

[뉴스 분석] 北 이산 상봉 무기 연기

입력 2013-09-23 00:00
수정 2013-09-2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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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원칙론 vs 北 강경론… 남북관계 다시 시계제로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오는 25일로 예정됐던 추석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개선 조짐을 보였던 남북관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개성공단 재가동 이후 무르익어 가던 남북 화해 기류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남북관계가 다시 ‘시계제로’ 상황으로 접어든 양상이다.

북한은 지난 2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행사 및 금강산 관광 재개 실무회담 연기 방침을 밝힌 데 이어 22일에도 조평통 서기국이 나서서 이번 사태의 책임을 우리 정부 탓으로 돌렸다. 북측은 “우리의 인도주의적 성의와 노력에 극악한 대결 망동으로 도전한 괴뢰 패당이야말로 반인륜 범죄자들”이라고 공격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논평에서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와 관련된 추문을 은폐하기 위해 9명을 처형했다는 국내 일부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아 “용납할 수 없는’ 특대형 도발”, “천인공노할 범죄행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동안 뜸했던 남측을 상대로 한 원색적 표현도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남북관계가 ‘단기적 급랭’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이 이미 재가동된 터라 우리 정부는 북한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주효한 압박 카드가 많지 않다. 그렇다고 이제 막 가동을 시작한 공단의 기계·설비를 강제로 멈추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반면 북한은 공단 재가동으로 숨통이 트인 데다 중국과의 관계까지 개선돼 더 이상 남측에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어졌다. 전문가들은 ‘갑(남)·을(북)’ 관계가 전도될 가능성이 보이자 북한이 여세를 몰아 남북관계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면전환용 승부수를 띄웠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주말 동안 대책회의를 갖고 향후 대응 조치를 숙의했지만 뾰족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합의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개최를 북한에 거듭 촉구하면서도 상봉을 위한 회담 제안 등을 먼저 하지는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조평통 성명에 대해 지난 21일 반박 성명을 통해 “그런 행위는 우리의 단호한 응징과 국제적 제재만을 강화시킬 뿐”이라고 이례적으로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대북관계에서 기존의 ‘원칙론’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남북 간 ‘강(强)대 강’ 대결의 2라운드 막이 다시 오른 셈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3-09-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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