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리설주 가수경력 지우기

北, 리설주 가수경력 지우기

입력 2012-09-21 00:00
수정 2012-09-2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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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대 조직… 앨범 강제 수거, 가계 우상화 걸림돌 제거 의도

북한이 가수 출신 ‘퍼스트레이디’ 리설주(23)의 과거 행적 지우기에 본격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모 고영희가 무용수 출신이고, 부인 리설주도 가수 출신이라는 것이 최고 지도자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리설주의 가수 시절 모습.
리설주의 가수 시절 모습.
대북전문매체 데일리NK는 20일 북한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당국이 지난 7월 18일 김 제1위원장이 ‘공화국 원수’로 추대된 직후 리설주 관련 녹화물을 수거하라는 지시를 각 기관과 기업소, 인민반에 내렸고 수거 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검열대까지 조직해 강제 수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리설주가 부른 노래 ‘소백수’ 등이 수록된 각종 테이프와 그의 얼굴이 인쇄된 CD 등이 중점 수거 대상이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이 이미 파악하고 있는 리설주의 과거 가수 활동 경력을 굳이 지우려는 의도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부인이 갖춰야 할 ‘자애로운 어머니 상’과 배치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예인 경력은 항일투쟁을 근본으로 하는 김정은 가계 우상화에 걸림돌이 된다. 특히 북한이 지난 7월 리설주를 공개한 배경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김 제1위원장의 이미지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지만, 보수적인 북한 사회에서 연예인 경력이 되레 이미지를 저해하는 양면성도 있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가 무용수인 사실도 퍼스트 레이디로 추앙받기에는 정통성 등에서 결격 사유”라면서 “김 제1위원장이 부인과 팔짱을 끼는 등 파격적인 모습 등을 공개하기는 했지만 인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 향후 리설주의 공개 행보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2012-09-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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