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평도 해상사격훈련 구역을 자신들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 17일 남북장성급회담 북측단장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통해 우리 군의 연평도 사격훈련 재개 방침에 대해 “연평도 포사격을 강행할 경우 공화국(북한) 영해를 고수하기 위해 2차,3차의 예상할 수 없는 자위적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당국이 연평도 서남방에 가로 40㎞,세로 20㎞로 지정한 사격훈련 구역에 대해 북측은 자신들의 영해라며 대응타격을 위협한 것이다.

　북한은 제1차 연평해전 후인 1999년 9월2일 서해 격렬비열도부터 등산곶까지의 해상 대부분을 자신들의 관할 수역으로 하는 해상군사분계선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데 이어 그 후속조치로 2000년 3월 ‘서해 5개 섬 통항질서’를 발표하고 남측 선박은 자신들이 지정한 좌우폭 1마일의 수로 2곳으로만 운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측은 서해 5개 섬은 남측 영토이고 그 주변 수역은 북측 영해라는 논리에 의해 이런 주장을 펼친 것이다.

　북측의 이런 주장의 근원적인 배경에는 1953년 7월 정전협정을 체결하면서 남북한이 합의한 해상분계선이 설정되지 못한데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951년 7월10일 이후 2년간 이어진 정전협상 과정에서 유엔군측과 공산군측의 ‘연해수역’(coastal waters)을 둘러싼 견해차로 지상에서의 군사분계선과 같이 양측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는 해상경계선 합의해 실패한 것이다.

　이에 유엔군사령관 마크 클라크 대장은 1953년 8월30일 한반도 해역에서 남북간 우발적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동해와 서해에서 아군의 해군 및 공군의 초계활동을 한정하기 위해 북방한계선(NLL)을 설정했다.

　당시 국제적으로 통용되던 영해기준 3해리를 고려하고 서해 5개 섬과 북한지역의 개략적인 중간선을 기준으로 NLL을 설정한 것이다.서해 5개 섬과 NLL 인근 수역은 위치상 38도선 이남으로 6.25전쟁 발발 이전에도 남측 관할하에 있었다.

　북측은 NLL 설정 이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나 1973년 10월부터 11월까지 43회에 걸쳐 서해 NLL을 의도적으로 침범하는 이른바 ‘서해사태’를 유발하며 NLL 무력화를 본격적으로 시도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감행된 북측의 서해 도발 저변에는 NLL 무력화와 이에 따른 새로운 해상경계선 설정이 그 의도라는게 군의 설명이다.

　북측은 참여정부 당시 서해 공동어로구역 설정 협의를 시작했을 때도 NLL을 기준으로 남북 등거리,등면적으로 하자는 우리측 제의를 거부하고 NLL 이남에 새로운 기준선을 설정하자고 맞서 협의가 중단되고 있다.

　군당국이 북측의 자위적 타격 위협에도 연평도 사격훈련 재개에 단호한 의지를 밝히고 있는 것도 서해 5개 섬 수역이 자신들의 영해라는 북측 주장에 강하게 대응하자는 취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수십년간 실시해왔던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을 갑자기 중단하거나 아예 실시하지 않는다면 북측의 ‘영해’ 주장을 우회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격 방향이 북쪽도 아니고 서남쪽 해상으로 순수 훈련 목적”이라며 “북측의 영해 고수 주장은 얼토당토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