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미래의 길을 묻는다] “日 기술혁신, 韓 생산, 中 완제품… 동아시아 네트워크로 발전해야”

[한·일 미래의 길을 묻는다] “日 기술혁신, 韓 생산, 中 완제품… 동아시아 네트워크로 발전해야”

입력 2013-02-12 00:00
수정 2013-02-1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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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제포럼 참석자 인터뷰 (상) 데라시마 지쓰로 일본종합연구소 이사장

오는 14일 ‘2013 한·일 미래의 길을 묻는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국제포럼을 앞두고 데라시마 지쓰로 일본종합연구소 이사장 겸 다마대 총장을 시작으로 주요 참석자 3명을 연쇄 인터뷰하며 한·일 관계 현안 등을 짚는다. 13일에는 이종원 와세다대 국제정치학 교수, 14일에는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과의 ‘대화’가 예정돼 있다. 이 교수는 일본 현지에서 한·일 관계 발전론을 펴고 있는 재일 한국인 학자이고, 심 의원은 외교통상부 차관보를 지낸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외교·안보 전문가다.

데라시마 지쓰로 일본종합연구소 이사장 겸 미쓰이물산전략연구소 회장은 11일 아베 신조 정권의 공격적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지금은 성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인 산업기반의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엔저 정책 등 대담한 금융정책의 성패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과 프로젝트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일 간에는 에너지 협력은 물론 바이오 및 식량에 관한 기술협력 등 산업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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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라시마 지쓰로 일본총합연구소 이사장
데라시마 지쓰로 일본총합연구소 이사장
→아베 정권이 지난해 말 출범한 이후 일본 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일본 경제는 20년에 걸친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목이 마른 사람들이 물을 찾듯 국민들은 경기를 부양해 주겠다고 나선 아베 정권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금융완화와 성장전략, 즉 긴급 경제대책에 대해 기대감이 넘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앞으로 일본이 어떤 산업을 기간산업으로 삼을지 결정하고,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아베 정권의 공격적 양적완화 정책이 지금까지는 성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베 정권의 엔저 정책 등 머니게임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과 프로젝트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취업 인구의 불과 4% 정도가 농업과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 100만명 정도의 젊은 층이 300만~400만엔(약 3522만~4696만원)의 수입을 얻으면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금융을 완화하면 경기가 좋아진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산업기반을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

→파나소닉, 샤프 등이 4분기에 흑자를 기록했다. 엔저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 기업이 부활할 수 있다고 보는가.

-환율이 엔저로 반전하면서 어느 정도 경쟁력이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분야에서도 기술, 즉 이노베이션과 차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수익의 원천을 어디에 둘 것인가다. 예를 들어 샤프는 액정TV로 버텨 왔는데 지금부터는 과연 어떤 기술을 갖고 헤쳐 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일본 산업 자체가 극단적으로 자동차산업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로 돼 버렸는데 다양한 산업구조로 어떻게 바뀌어 나갈 것인지가 관건이다. 샤프나 파나소닉이 지금 엔저와 구조조정 등으로 다소 연명하는 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엔 약세가 어디까지 갈 것으로 보나.

-엔저는 일본의 정책만 갖고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달러에 대해 엔이 약해졌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미국 경제가 회복됐기 때문에 엔저가 유지되는 측면이 있다. 미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침몰하고 있다면 일본이 아무리 아베노믹스로 금융완화 정책을 쓰더라도 엔저 쪽으로 돌아서지는 않았다고 본다. 엔이 주도적으로 움직여서 엔저가 된 것이 아니고, 국제관계 속의 상관관계가 작용한 것이다.

→아베노믹스 중 아직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일본 기업의 성장 전략은 무엇인가. 어떤 식으로 일본 기업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형으로 세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최근 20년간 10%에 가까운 고도 성장을 이룬 데는 홍콩, 타이완 등의 기술과 자본을 끌어들여 싱가포르를 베이스캠프로 연결하는 등 네트워크형 발전을 도모한 결과다. 한국 기업 역시 일본의 기술혁신을 배경으로 그것을 흡수하거나 더 발전시켜 크게 성장했다. 일본 기업도 일본만이 번영한다거나 일본만이 강하게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아니다. 일본, 한국, 타이완, 중국 등 동아시아가 연계해 번영해야 한다. 즉 동아시아의 힘을 합쳐 프로젝트를 만든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진행된 기술혁신의 성과를, 생산거점인 한국에 공장을 만들어 생산하고, 그리고 그것을 중국에 팔아 최종 제품을 만드는 게 전 세계를 대상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모델이다. 한국 기업만이, 일본 기업만이 번영하는 게 아니라 동아시아 네트워크의 틀 안에서 서로 관계를 주고받으며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의 최대 현안은 복지정책이다. 새 정부가 복지정책을 펴는 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한국의 보수 세력을 기반으로 한 박근혜 정부가 아이러니하게도 복지정책을 정부 운영의 근간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일정 정도 성장전략의 그늘하에서 일어난 빈부격차의 문제에 대해 이제 한국도 해답을 내놔야 하는 시점이다. 한국의 진보 세력이 복지정책을 내세운다면 국제적으로도 이해하기 쉬운데 보수 정권이 복지정책을 내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나라 전체가 경제발전과 번영을 위해 달려 왔는데 그 성과를 국민들에게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한국도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된 셈이다. 이것은 세계 각국이 발전 과정에서 피할 수 없이 직면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고도성장기를 거쳐 성장과 분배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국면을 맞았던 시대가 있었다. 지금도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인해 새로운 분배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가 현재 이 문제로 속을 썩고 있는데 한국의 실험이 어떻게 될 것인지, 새 정권의 복지정책이 어떤 구체적인 성과를 낼 것인지 대단히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국에서는 아베 정권의 극우화 정책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

-아베 총리의 개인 입장보다는 일본 전체의 분위기가 우익, 내셔널리즘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물론 중국 등 주변국과의 영토문제 등을 계기로 내셔널리즘이 급부상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일본의 내셔널리즘은 주변 국가들로부터 무시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편협한 내셔널리즘이다. 한국도 얼마 안 있어 일본과의 대립·충돌뿐만 아니라 중국이 부상하고, 남북한 통일이 현실화되는 시점에서 국가의 자립 자존을 내건 진정한 의미의 내셔널리즘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 간의 갈등을 풀 수 있는 해법은 없는가.

-한국과 일본이 독도에 대해 서로 양보할 수 없듯이 각각의 국가가 영토문제에 대해서는 쉽게 타협할 수 없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단순히 타협하거나 조치를 취하면 좋은 것이 아니다. 문제를 자신들의 세대에서 전부 다 해결하겠다는 그릇된 생각을 하지 말고 긴 시간을 갖고 해결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특히 독도 문제와 센카쿠 문제는 한·일, 중·일 간의 양국 간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본질적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질서 형성을 둘러싼 갈등 속에 생겨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세계경제의 축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넘어왔는데 동북아시대를 맞아 한국, 일본, 중국의 협력 방안은.

-이번 한·일 국제포럼에서 말하려고 하는 것인데 단계적 접근법이 가장 적합하다. 독일과 프랑스도 역사적으로 피 흘리는 전쟁을 하면서 서로 간에 증오가 넘쳐 났는데 상생관계로 발전했다. 유럽연합(EU) 공동체의 시발점은 프랑스와 독일 간의 화해 과정이고 석탄과 철강의 공동체를 만들자는 현실적인 이해관계로 시작해 현재 27개국의 연계 체제로 발전했다. 동아시아에서도 통화교환협정 등이 생기면서 서로 통화위기를 만들지 말자는 공동 정신이 공감을 이뤘다. 이 틀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거나 향후 한·중·일 간의 에너지 분야에서 공동비축, 공동기술개발 등의 협력 과정이 이어진다면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서로 접촉하는 학생 교류 등이 필요하다. 한·중·일 대학 간의 학점교환 등을 더욱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글 사진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2013-02-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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