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규 선임기자의 대선 풍향계] 여론조사 정치의 함정 ‘역선택 주의보’

[이춘규 선임기자의 대선 풍향계] 여론조사 정치의 함정 ‘역선택 주의보’

입력 2012-11-05 00:00
수정 2012-11-05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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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가 달아오르며 ‘여론조사 정치’도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방식으로 여론조사가 유력하게 거론되며 두 후보의 지지율 경쟁과 신경전도 점입가경이다. 특히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지지자들이 상대하기 쉬운 특정 후보로 단일화되기를 원해 여론조사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이른바 ‘역선택 논란’도 뜨겁다.

올해 여론조사 정치는 2002년 대선을 연상시킨다.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단일화 여론조사 직전까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에게 밀리다 막판 역전승했다. 여론조사 전문가 이영작 박사는 “정몽준씨가 실수했다. 당시 호남 사람들이 정권 재창출에 목을 맸다.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받던 노 후보가 당과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의 조직 때문에 이겼다. 단일화 조사는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특수하다.”고 말했다.

올해 단일화를 앞두고도 조직이 강한 문 후보가 유리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반대로 문 후보가 유리하다고 볼 수만 없다는 분석도 있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권교체 열망에 따라 박 후보에게 이길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단일화 직전까지 여론조사 추이가 중요하다. 한 전문가는 4일 “두 진영이 2002년 학습효과 때문에 신중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는 ‘그 순간의 스냅사진일 뿐’이라는 말도 있지만 부동층의 여론까지 몰아가면서 선거 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많다. 역선택이나 속내를 숨기는 선택 성향 때문에 민심을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 조사를 할 경우엔 역선택 방지 장치만 잘 마련하면 바닥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선 안 후보가 한 발 앞선 형국이었지만 최근 조직을 앞세운 문 후보가 상승세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측에서는 “새누리당 박 후보 지지자들의 역선택이 두드러진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에 문 후보 측은 “예의 없는 언사로,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문 후보 측이 제기한 모바일투표에 의한 단일화 논란도 뒤엉켜 있다.

여론조사는 문구 하나, 조사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함정도 많다. 대통령 후보를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고, 편향·왜곡 조사 논란도 여전하지만 이미 여야가 총선 후보 단일화나 전당대회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활용하고 있다.

문·안 두 후보 중 한 명이 포기하고 상대의 손을 들어줘도, 단일화가 안 돼 둘 다 출마해도 여론조사정치는 위력을 더 할 전망이다. 후보등록 뒤 단일화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공개 시한인 12월 13일까지는 물론 그 후 미공개 여론조사 수치를 둘러싼 신경전도 불가피해 보인다. 여론조사가 대선 판세 흐름을 잡아가고, 결과에도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게 됐다.

taein@seoul.co.kr

2012-11-0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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