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안점순 할머니 별세

위안부 피해자 안점순 할머니 별세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18-03-30 11:17
수정 2018-03-3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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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에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가
고인, 생전에 증언할 시간 얼마 남지 않은 걸 안타까워 해

위안부 피해자인 안점순 할머니가 별세했다. 향년 90세. 안 할머니 별세로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29명으로 줄었다.
유럽 소녀상 제막식 참석한 안점순 할머니
유럽 소녀상 제막식 참석한 안점순 할머니 2017년 3월 8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州) 레겐스부르크 인근 비젠트의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에서 열린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한 안점순 할머니. 안 할머니는 30일 90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연합뉴스
30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따르면 안 할머니는 1928년 서울 마포구 복사골에서 태어났다.

14살, 지금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인 앳된 소녀는 방앗간 앞으로 나오라는 동네 방송을 듣고 어머니와 함께 나갔다가 군인들의 손에 끌려갔다. 소녀는 내몽고로 추정되는 곳에서 일본군의 성노예로 살아야 했다.

“그놈들은 우리를 짐승처럼 대했지. 인간으로 취급 안 했어. 낮에 밥풀떼기 두 개를 단 장교가 왔더라고, 나를 살피고 가더니 저녁에 긴 칼을 차고 왔어. 요구하는 걸 안 들어준다고 그냥 칼을 빼들고는 죽인다고 했어.”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 6집 ‘역사를 만드는 이야기’에 나온 안 할머니의 악몽같은 기억이다.

“(군인들이 안 올 때에는) 그냥 엎드려 있거나 앉아서 노다지 눈물로 세월을 보내는 거지 뭐. 괴롭고 힘드니까. 아직 눈물이 안 말랐기에 지금도 이렇게 눈물이 나지.”
소녀상 손 잡는 안점순 할머니
소녀상 손 잡는 안점순 할머니 2017년 3월 8일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州) 레겐스부르크 인근 비젠트의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에서 열린 소녀상 제막식에서 안점순 할머니가 소녀상의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광복을 맞은 1945년, 안 할머니는 18살이 되었다. 해방 직후 8개월을 중국 베이징에서 지냈다. 이듬해 톈진에서 배를 타고 인천항으로 돌아왔다.

안 할머니는 23살이던 1950년 한국전쟁이 터져 대구로 몸을 피해 자리를 잡았다. 1992년 수원으로 이사한 안 할머니는 이듬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했다. 평생 홀로 산 할머니는 자식이 없었다. 경기 수원에서 조카 내외와 살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 왔다.

안 할머니는 생전에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안타까워 했다.

“우리는 지금 현재도 시간이 갈수록 그 고통을 이야기할 증언들의 소중한 시간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그 사무친 고통과 치욕의 시간을 풀어낼 길이 여전히 부족합니다. 결코 잊어서도 안 되고 잊혀져서도 안 되는 역사를 그들이 말하는 해결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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