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4기 ‘임시 배치’ 지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의 ‘임시 배치’를 지시하면서 주한미군 사드는 예상보다 빠른 시일 내 전면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사드 부지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로 연내 배치가 어려울 것이라던 사드의 운명이 하루도 안 돼 뒤바뀐 셈이다.국방부는 앞서 지난 28일 사드 부지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경북 성주군 사드 기지에 배치된 발사대 2기가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청와대의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통상 10~15개월가량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애초 한·미 당국이 계획한 사드 연내 배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는 사실을 이틀 전인 26일 보고받았으나, 환경영향평가 실시에 대한 국방부 발표를 강행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해서 환경영향평가를 안 하는 것도 아니어서 무관하게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사대 4기 배치는 ‘임시 배치’이며,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되는 대로 최종 배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기존 발표를 뒤엎고 전혀 다른 결정을 내린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 결과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사드 발사대 6기가 이미 임시 배치된 상태라 1개 포대가 완성된 것이기 때문에 다시 빼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배치 결정을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후 철수 가능성도 있느냐’는 질문에 “가 봐야 안다”며 즉답을 피했다.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론’과 엄중한 안보 위기 상황에서 나머지 사드 발사대 4기를 계속 방치할 수 없다는 ‘현실론’사이에서 나름의 절충첨을 찾은 셈이지만, 결국 환경영향평가는 요식행위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다음달 초쯤 미국과 발사대 배치 협의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2017-07-3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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