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사상 첫 현충원 유해 반출 안팎
국방부가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 화장된 상태로 안치된 유해 1535구를 현충원 밖으로 내보내기로 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국방부가 각별한 의전을 거쳐 호국영령으로 안장해 온 유골 중 일부 적군 것이 혼재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시인한 것은 보통 일이 아니며, 현충원의 권위가 심각하게 손상됐다는 지적이다.6일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충혼당에 안치돼 있는 무명용사의 유골함들. 국방부는 국립현충원 현충탑 지하와 충혼당에 안치된 무명용사 유골 2114구에 적군 유해가 포함됐을 가능성을 인정하고 이전 무명용사 유골 6364구와 합봉단지에 혼합시켜 버린 유골 579구를 제외한 개별단지 유골 1535구를 우선 현충원 외부로 내보내 보관키로 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현충원 밖으로 반출하는 유해 1535구의 경우 DNA를 비교 분석해도 전 국민 중 수천명 이상 일치하는 결과가 나오는 미토콘드리아 DNA 추출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전면 재검사를 진행해도 명확한 신원 확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중 현충원으로 다시 돌아오는 유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선주 충북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는 “2007년 이전 발굴 유해들은 DNA로 신원을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화장을 해서 현충원에 보관한 것”이라면서 “국유단이 유해발굴사업의 초점을 피아 판정보다 신원 확인에 우선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유단의 적과 아군 유해 판정은 한국군, 중공군, 북한군이 뒤섞여 싸운 6·25 전쟁에서 동양계 유해를 DNA만으로 구분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이 없기 때문에 주로 유해와 함께 발견된 개인 유품과 전사 연구 등에 의존해 왔다. 그래서 국유단이 신원을 확인한 109구의 국군 유해 중 순수 DNA만으로 신원이 확인된 인원은 20여명에 불과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부 감식 결과지에 전쟁사, 제보, 유품 등 판단 근거를 구체적으로 기술하지 않은 점이 발견돼 판정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 “과거에는 발굴한 유해의 숫자가 성과분석 및 우수부대를 선발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유골에 대해 임의적으로 조작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며 이번 내부조사를 통해 확인하기에는 당시 문서로 남겨진 자료가 부족했다”고 선을 그었다.
군은 피아 판정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다음달쯤 유해발굴감식단의 업무 수행 방안에 대해 토의를 열겠다고 밝혔으나 주먹구구식 유해발굴 사업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2015-12-07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