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전사하는 고통 그 누구도 다시 겪지 않기를”

“가족 전사하는 고통 그 누구도 다시 겪지 않기를”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5-08-19 00:16
수정 2015-08-19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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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39주년… 희생자 보니파스 소령 부인의 추모사

“전쟁에서 사랑하는 가족이 전사했다는 통지를 받은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공포는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제 남편이 13개월의 한국 근무 만기를 일주일 앞두고 전사했을 때 저는 3살, 6살, 그리고 8살 된 어린아이들의 엄마였습니다. 저는 한국군이나 미군의 어떠한 가족도 또다시 제가 겪은 고통과 고초를 겪지 않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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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8월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도끼 만행 사건’으로 희생된 아서 보니파스 소령의 가족이 최근 함께 모여 촬영한 사진. 보니파스 소령의 부인 마샤(앞줄 왼쪽 세 번째)를 중심으로 첫째 딸 베스(뒷줄 오른쪽 두 번째), 둘째인 아들 브라이언(앞줄 왼쪽 첫 번째), 셋째인 딸 메건(앞줄 왼쪽 네 번째). 마샤 보니파스 제공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도끼 만행 사건’으로 희생된 아서 보니파스 소령의 가족이 최근 함께 모여 촬영한 사진. 보니파스 소령의 부인 마샤(앞줄 왼쪽 세 번째)를 중심으로 첫째 딸 베스(뒷줄 오른쪽 두 번째), 둘째인 아들 브라이언(앞줄 왼쪽 첫 번째), 셋째인 딸 메건(앞줄 왼쪽 네 번째).
마샤 보니파스 제공
18일 오전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캠프 보니파스 플라자’. 1976년 ‘8·18 도끼 만행 사건’의 희생자인 아서 보니파스(위·당시 33세) 소령과 마크 배럿(아래·당시 26세) 중위를 위한 추모식에서 이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보니파스 소령의 부인 마샤 보니파스(73)가 미국에서 보낸 추모사를 당시 JSA 경비대대 한국 측 중대장(대위)이던 김문환(68)씨가 대독했다. 추모식은 인성환 한·미연합사단 부사단장, 브라이언 메네스 미 2사단 부사단장 등 양국 주요 인사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마샤는 추모식 메시지를 통해 “2주 전 두 한국 군인을 부상당하게 한 북한군은 오늘 우리가 하는 말을 제대로 들어야 할 것”이라면서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일을 시작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보니파스 소령(당시 대위)은 1976년 8월 18일 오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돌아오지 않는 다리’ 남쪽 초소 앞에서 한·미 장병 10명과 함께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하던 한국인 노무자들을 경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작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던 북한군 장병 수십명이 미리 준비한 도끼와 쇠망치를 휘둘러 보니파스 소령과 배럿 중위를 살해했다. 이 사건 이후 JSA 내부에 군사분계선(MDL)이 표시됐고 경비병을 포함한 모든 군인은 상대방 지역에 들어가지 못하게 됐다. 현재 미국 델라웨어주에 거주하고 있는 마샤는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해 남편의 한국군 측 동료였던 김씨와 만나 남편을 회상했다. 당시 8살이던 첫째 딸 베스(47)는 간호사로, 6살이던 아들 브라이언(45)은 소방관, 3살이던 막내 딸 메건(42)은 가정주부로 장성했다.

김씨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보니파스 소령의 부인이 이번 추모식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4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이전에도 한·미 장병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음을 우리 국민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5-08-1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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