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문제’ 난제이자 기회
동북아시아에서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는 영토 갈등은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성가신 난제이면서도 역으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이중적 측면을 안고 있다.가장 대표적인 영토 갈등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충돌이다. 근래 들어 국력이 급신장한 중국이 센카쿠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물리적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센카쿠 영유권과 관련한 미국의 공식 입장은 “다른 나라의 주권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쪽 편도 들지 않으며 당사자끼리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중국과 일본 간 무력 충돌이 일어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일 방위조약의 적용 대상”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 즉 센카쿠가 어느 나라 땅인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겠지만 센카쿠 때문에 중·일 간 무력 충돌이 일어날 경우 일본 편을 들어 중국과 싸우겠다는 뜻이다. 결국 이는 센카쿠 주권 문제에 대해 일본 편을 드는 것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미국 입장에서는 센카쿠 문제가 극단적으로 치달을 경우 미·중 관계의 파국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에서 ‘관리’가 가능한 쪽으로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반면 센카쿠 문제가 시끄러워지는 것은 ‘아시아 회귀’ 정책으로 돌아선 미국 정부에 아시아에 대한 개입을 자연스럽게 확대해 주는 장점이 있다. 센카쿠 이슈를 핑계로 주일 미군기지 이전 등 양국 간 군사적 이슈에서 일본의 양보를 얻기 쉬운 측면도 있다.
미국 입장에서 득보다 실이 훨씬 큰 난제는 독도 문제다. 일본의 억지 영유권 주장에 따라 독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미국은 “외국의 주권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한·일을 묶는 공동전선으로 중국을 봉쇄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한 미국 입장에서는 거의 주기적으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독도 분쟁이 달가울 리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2013-10-1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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