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유럽, 對中 압박 가세

<환율전쟁> 유럽, 對中 압박 가세

입력 2010-10-08 00:00
수정 2010-10-0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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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에서 4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제8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는 중국의 위안화 절상 문제에 대한 유럽 진영의 분명한 입장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위안화 절상을 원하되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던 유럽 진영이 공세 수위를 미국 수준으로 급속히 끌어올려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위안화 절상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주요 2개국(G2)의 국가적 문제를 넘어 국제적인 사안으로 승격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핵심 이슈로 부상하게 됐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아셈 정상회의 첫날인 4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위안화 환율이 철저하게 저평가돼 있다고 믿고 있다”고 언급,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철저하게’란 표현을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한 발언이었다.

 이 같은 ‘말’은 곧바로 ‘행동’으로 연결됐다.

 융커 의장과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통화정책 담당 집행위원 등 3인의 EU 고위관계자는 5일 브뤼셀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위안화가 “저평가돼 있다”며 시정을 촉구했다.

 융커 의장은 특히 “중국이 국제교역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감안할 때 대폭적이고도 광범위한 위안화 절상이 더욱 균형잡힌 성장을 가져와 중국은 물론 세계경제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6일 원 총리와 헤르만 판롬파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EU와 중국 간 정상회담은 EU 진영의 위안화 절상 압력과 중국 측의 명확한 거부 입장 표명이 정면 충돌한 자리였다.

 애초 EU-중국 간 정상회담이 끝난 후 공동 기자회견이 있다는 예고가 있었지만 예정된 시각을 약 5분 남겨두고 취재진에 일정 취소 메시지가 통보됐다.

 위안화 절상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질문이 빗발칠 것이 뻔한 기자회견을 취소한 것은 그만큼 답변이 궁색하다는 것,즉 합의된 내용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실제로 EU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중국 위안화 절상을 강력히 요구했고 원 총리는 더는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박을 가하지 말라며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후 나온 공동 서명에는 “대화가 건설적이었다”든가 “의견을 함께했다”라는 흔한 표현조차 없었다.대신 판롬파위 상임의장과 바호주 집행위원장은 공동 성명에서 “EU와 중국은 (어떠한 사안에) 접근하는 데 공통점을 갖는 동시에 차이점을 갖는다”고 명시함으로써 견해차가 있었음을 드러냈다.

 EU가 미국과 함께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크게 높인 것은 2년 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 이후 진행된 경기 회복 국면이 여전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각국이 대규모 정부 지출로 인한 재정 위기 때문에 지출 삭감 등 극약 처방을 내리고 있고,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면서 각국 정상들은 금융 위기가 재정 위기로,재정 위기가 정치적인 위기로 전이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달 말 벨기에의 수도이자 유럽의 ‘심장부’로 불리는 브뤼셀에서는 유럽 각국의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대 약 10만명이 집결,EU 집행위원회와 이사회 등 EU 기관이 밀집한 지역으로 거리 행진을 벌였다.

 스페인 노동계는 8년 만에 총파업에 나서 교통 대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EU 진영이 위안화 절상 압력을 높임에 따라 향후 진행될 주요 국제회의가 주요국 간 환율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막되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는 주요국 간 환율 전쟁의 전초전 성격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음 달에 서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역시 위안화 절상 요구 등 자국 통화 가치를 낮게 책정하려는 움직임이 극대화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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