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日 시장개입 ‘딜레마’

<환율전쟁> 日 시장개입 ‘딜레마’

입력 2010-10-08 00:00
수정 2010-10-0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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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6개월만의 시장 개입으로 글로벌 통화 가치 절하 전쟁을 촉발한 일본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선진국으로서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조작함으로써 ‘혼자만 살려고 하느냐’는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해 있고,중국에 대한 ‘위안화 절상 국제 포위망’에 구멍을 냄으로써 미국과 유럽을 곤혹스럽게 했다.

 하지만 당장 엔고로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 직면한 간 나오토(菅直人) 정부는 정치.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입을 하지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엔화값은 올들어 5월까지만해도 달러당 90엔 안팎에서 움직이다 6월 말 88.5엔,7월 말 86.5엔,8월 말 84.6엔 등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9월 들어서는 84엔 안팎에서 거래되다 14일 82엔대로 급등했다.결국 일본 재무성은 지난달 15일 엔화 2조엔을 풀어 달러를 사들이는 전격 개입을 단행했다.

 일본 정부와 재계는 적정한 엔화값으로 달러당 90엔 안팎을 상정하고 있다.이 정도라면 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이익을 낼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 수준에서 엔화값이 1엔 상승할 경우 도요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연간 300억엔,혼다는 170억엔,소니는 20억엔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이를 일본의 전 산업으로 확대하면 엄청난 타격이다.

 문제는 정부의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엔화값 상승세가 꺾이지않고 있다는 점이다.8일 오전 10시 현재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값은 달러당 82.39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지난 15일 시장개입 이전 수준으로 환원했다.일본 재무성이 2조엔을 투입한 시장개입의 약발이 한 달도 지탱하지 못한 셈이다.

 일본의 시장개입이 먹히지않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유럽 경제에 대한 우려로 달러와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데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달 경기하강을 막기위해 추가 금융완화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이 아무리 엔화를 풀어 달러를 사들여도 미국이 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리고 있는데다 시장 참가자들이 상대적으로 엔화의 안정성을 선호하고 있어 효과를 내지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금융시장에서는 엔화값이 1995년 4월의 사상최고치였던 달러당 79.75엔까지 상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이 같은 상황에서 시장개입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미국이나 중국이 통화가치안정에 정면으로 나서지않음으로써 엔화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시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급격한 엔화값 상승을 위한 일본의 시장 개입은 불기피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개입을 반복하는 중국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에 대해서는 “경제 부진의 근본 원인이 주택버블과 가계의 과잉부채에 있는만큼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일본은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수뇌가 글로벌 통화 마찰을 줄이기 위한 허심탄회한 논의를 하는 것에 대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통화마찰에 제동을 걸지않을 경우 국제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면서 그동안 이뤄진 각국의 경제대책을 무위로 돌릴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극도로 부진해 경제회복을 수출이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의 통화절하 경쟁이 가열될 경우 큰 부담이다.

 그러면서도 시장개입에 대한 가능성은 포기하지않고 있다.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7일 중의원에 출석해 엔고대책과 관련 “환율의 과도한 변동을 억제하기 위해 시장개입을 실시했다”면서 “필요할 경우 단호한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달러당 82엔대를 엔화값의 ‘마지노선’으로 인식하고 있다.이 수준 이상으로 엔화값이 상승해 80엔대가 위협을 받을 경우 다시 개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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