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한국 경제도 딜레마

<환율전쟁> 한국 경제도 딜레마

입력 2010-10-08 00:00
수정 2010-10-0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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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세계 각국이 자국의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떨어뜨리는 ‘환율 전쟁’의 여파로 수출 의존적인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해외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고 있고,원·달러 환율은 추락하고 있다.

 환율 하락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지금처럼 하락 속도가 가파르면 우리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특히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우리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환율전쟁 확전..원화 강세로 ‘불똥’

원·달러 환율은 7일 종가 기준 1,114.50원까지 내려앉았다.8월 말보다 83.60원이나 하락했다.

 원화 가치가 이처럼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로 국내 달러 유입이 많아진 측면도 있지만 각 국간 환율전쟁이 격화하면서 그 불똥이 옮아붙은 측면도 크다.

 일본은 지난달 15일 엔화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대규모로 달러를 사들이며 환율전쟁의 불씨를 지핀 데 이어 최근에는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을 도입했다.이에 따라 미국도 오는 11월 초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양적 완화(유동성 공급)를 결정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화 가치는 연일 하락하고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상승하는 것이다.

 각국이 금리를 내리고,양적 완화 정책을 펴면서 풍부해진 저금리의 시중자금이 상대적으로 빠른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한국 시장으로 몰려드는 점도 원화 강세의 배경이다.

 금융감독원을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국내 상장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는 69조6천억원에 이른다.외국인은 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총 12조8천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국내 상장채권 순매수 규모는 56조8천억원으로,연간 기준으로 시장 개방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환율 하락 ‘양날의 칼’..속도가 더 큰 문제

원화 강세(환율 하락)는 양면성이 있다.수입물가를 낮춰 물가를 안정시키고 원재료 수입이 많은 업체의 채산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9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급등해 물가 안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반면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인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삼성경제연구소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50원까지 떨어지면 국내 91개 주력 수출기업의 영업이익은 5조9천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통화도 동반 절상되고 있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창배 연구위원은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지만 수출기업 역시 수입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며 “또 일본 등 경쟁국의 통화가치도 높아지고 있어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하락 속도다.지금처럼 가파르게 하락하면 경제 주체들이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기업들은 경영전략 수립에 애를 먹게 된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원화 강세 기조라는 방향성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면서 “경제주체들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로 쏟아진 외국인 자금들이 일시에 빠져나가면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2008년 9월 세계 금융위기 때 급격한 외국인 자본의 유출로 한국은 위기 진앙이 아니면서도 혼돈에 빠지기도 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오는 19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주요 외국환은행에 대해 특별 공동검사를 하는 것도 환율 급락에 제동을 거는 한편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대비하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달러 약세 흐름을 고려할 때 원·달러 환율의 하락 추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이라는 국제적 위상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높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다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이는 원화 값 급등을 부추길 수 있어 기준금리 결정권을 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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