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전문가들 “진통 겪으며 봉합될 것”

<환율전쟁> 전문가들 “진통 겪으며 봉합될 것”

입력 2010-10-08 00:00
수정 2010-10-0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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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경제 전문가들은 8일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촉발된 ‘환율전쟁’이 전 세계적인 무역분쟁으로까지 비화할 우려는 작다고 예상했다.

 다만 자국 통화의 상대적 강세 또는 약세에서 비롯된 무역 흑자국과 적자국의 견해차가 워낙 커 한발씩 물러나 접점을 찾는 데는 상당 기간에 걸쳐 진통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명박 대통령이 다음 달 G20(주요 20개국)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를 의제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지만,이 자리에서도 뚜렷한 해법을 도출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원·달러 환율은 언제라도 1,100원 지지선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양적 완화 정책으로 달러화 약세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중국도 외환보유액 다변화 등으로 위안화 가치만 급격히 올라가는 것을 막고 있으며,이런 과정에서 하락하는 원·달러 환율을 당국이 드러내놓고 방어하기에는 G20 의장국이라는 지위가 부담이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 김정식 경제학부 교수미국으로서 이번 환율전쟁은 대중 무역 적자를 줄이는 게 급선무다.미국은 위안화 가치가 30~40% 평가절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반면 중국은 점진적인 평가 절상을 원한다.

 견해차가 뚜렷해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합의점을 찾기는 어렵다고 본다.상당 기간 갈등을 지속하다가 위안화 가치를 10% 정도 높이는 선에서 타협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악의 경우 이 과정에서 미국의 보복과 중국의 맞대응으로 무역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세계의 금융질서가 깨질 우려도 있다.

 미국은 중국이 인위적으로 위안화 환율을 끌어내리지 않는다면 자본시장을 자유화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본다.중국 자본시장에 돈이 흘러들어 가도록 해 저절로 환율이 하락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중국은 이에 맞서 과거 자본 자유화로 급격한 ‘엔고’와 ‘원고’ 사태를 맞았던 일본과 한국의 사례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주변국의 국채를 사들이는 등 자본 유출 정책을 펼 것이다.이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중국이 미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어서 양측이 어느정도 서로 물러나느냐가 관건이다.하지만 현재 미국의 요구처럼 위안화 가치가 급격히 절상될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의 중국 압박에는 다음달 초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인 고려가 다분히 섞여 있는 데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고 물가 관리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의 덕도 보고 있기 때문이다.과거에도 그랬듯 선거를 치르고 나면 미국의 압박 수위가 다소 낮아질 수 있다.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다만 위안화 환율과 관련해 미·중이 암묵적인 합의에 이를 수도 있다.우리의 외교적 역량에 따라 아시아 지역 통화의 점진적인 절상을 유도한 2003년의 ‘두바이 G7 합의’ 수준의 타협도 이끌어낼 수 있다.

 미국은 양적 완화 정책으로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고,중국의 외환보유액 다변화 정책에는 우리나라와 일본 등 주변국 통화가 동시에 강세를 띠게끔 하려는 의도도 있다.하지만 G20 의장국인 우리로서는 원화 강세를 드러내놓고 방어할 수 없는 난처한 처지라 원·달러 환율이 연말에는 1,100원선을 위협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금융연구실장각국의 의견 대립이 첨예해 환율갈등이 쉽게 갈등이 해결되기는 어렵다.일각에서는 1930년대식의 서로 보복 관세를 매기고 무역장벽을 높이는 보호주의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국제 금융위기에서 세계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부닥치지 않도록 각국의 정책 공조가 요긴하다는 점을 배운 만큼 ‘공멸’에 이르기 전에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시도할 것이다.즉 중국이나 우리나라 같은 무역 흑자국은 적절한 수준의 통화절상을 용인하고 내수를 확대하며,미국을 비롯한 무역 적자국은 과소비를 줄이고 재정 적자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방식이 예상된다.

 앞으로 IMF 연차총회와 G20 경주 재무장관 회의 등을 거치고 서울 정상회의에서 각국이 글로벌 불균형에 대해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그러나 중국이 위안화 가치의 대폭 절상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플라자 합의’ 처럼 강도 높은 합의가 나오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는 G20 의장국이어서 운신의 폭이 좁다.각국의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처지에서 환율전쟁에 뛰어들 수 없어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윤기 경제조사실장미국은 전 세계 상황과 맞물려 있고,중국도 하반기 세계 경제가 둔화해 통화 가치를 급격하게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다.세계 수출이 전 세계적으로 둔화하면서 다른 주요국들도 자국 통화 가치 상승을 막고자 직·간접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번 환율전쟁이 전면적인 무역분쟁으로까지 비화하지는 않을 것이다.어느 정도 선에서 절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본다.다만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정말 환율 문제를 의제로 가져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여러 정책 수단이 있었던 과거 ‘플라자 합의’ 때와는 상황이 다르므로 타협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위안화는 올해 많이 올라봐야 5% 이내로 절상될 것이고,엔화는 이미 10% 가까이 절상돼 추가 절상은 어렵다고 생각한다.원화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외환공급 수준을 따지면 지금 수준이 나쁜 것은 아니다.다만 너무 급격히 하락하는 게 문제다.조만간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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