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종부세…‘세법 전쟁’ 수싸움

기로에 선 종부세…‘세법 전쟁’ 수싸움

장진복 기자
입력 2024-06-03 00:49
수정 2024-06-03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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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띄운 종부세 폐지론 당정 가세
與, 금투세·법인세 등 수술대 올려
野는 지지층 이탈 우려 속도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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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는 7월 세법개정안에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포함시킬 예정인 가운데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 폐지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2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부동산 관련 세금 상담 안내문. 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7월 세법개정안에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포함시킬 예정인 가운데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 폐지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2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부동산 관련 세금 상담 안내문. 연합뉴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세금 제도 개편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여야 간 ‘세법 전쟁’의 막이 올랐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종합부동산세·금융투자소득세 폐지까지 포함해 법인세·상속세 완화 등 세제 전반을 수술대에 올려놓고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종부세 완화론에 먼저 불을 지폈지만 자칫 ‘부자 감세’로 비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대통령실과 여당이 세금 ‘완화’ 기조에 궤를 맞추고 민주당은 종부세 완화에 군불을 때는 모습이지만 양측 모두 속내는 복잡하다. 아울러 세수 부족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정치권이 ‘감세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어떻게 넘어서느냐도 관건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일 통화에서 “종부세를 폐지하면 재산세와 통합할지 등을 다시 설정해야 하므로 어느 것이 최적이냐를 검토해 정부·여당안을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달 31일 종부세 폐지를 포함해 전반적인 세제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권보다 먼저 화두를 던진 쪽은 민주당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시사했고, 서울 광진을을 지역구로 둔 같은 당 고민정 의원도 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종부세 부과 대상 가구가 몰린 서울 한강벨트와 수도권 정당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종부세 완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종부세라는 제도는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1가구 1주택, 실거주하는 경우에 한해서는 세금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논의 시기를 두고는 “지금은 적당한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해 선뜻 공론화하지 못하는 당 내부 분위기도 읽힌다. 국민 정서와 맞닿아 있는 데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진보 정부에서 유지해 온 대표적 정책인 만큼 지지자 이탈에 대한 우려도 있다.

반면 4·10 총선 참패 이후에도 야당에 잇달아 정책 주도권을 뺏긴 여당은 ‘감세 카드’로 반전의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거야의 입법 독주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속 반등의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 여당 입장에서는 세제 개편이 지지층을 결집하고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국민의힘은 상속세율을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세 부담은 0.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2%)에 비해 0.5% 포인트 높다. 정 정책위의장은 “상속세 부과 방식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세 완화도 들여다보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경제부총리 시절 법인세 최고세율을 22%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여야 합의 과정에서 24%로 내리는 데 그쳤다. 금투세 폐지도 국민의힘의 당론 1호 법안으로 추진된다. 금투세는 국내 주식에 대해선 5000만원을 초과한 수익에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반면 민주당은 종부세 외에 상속세나 금투세, 법인세 완화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리는 데 대해 부정적인 기류다. 상속세 완화는 부의 증식, 빈부 격차 확대라는 꼬리표가 따라오고 법인세 인하 역시 대기업 특혜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다만 박 원내대표는 “종부세와 금투세, 상속세의 경우 지금 제도가 적절한지 한번은 점검이 필요하다. 무조건 완화하자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이 가진 부담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당내 반대 목소리를 딛고 민주당이 한발 ‘우클릭’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보수당의 의제로 여겨졌던 종부세를 비롯해 세제 개편 논의에 뛰어들어 수권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 역시 감세 포퓰리즘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다. 지난해 56조 4000억원의 역대급 세수 펑크를 기록했고 올해도 세수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 또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세금 제도는 유권자 표심이 아닌 국가 재정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 부동산 대책 등에 세제가 활용됐다는 측면에서 왜곡과 부작용이 발생했는데, 원래 취지에 맞게 바꾸고 선진화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세제 개편 논의가 전반적으로 세수 기반 약화로 흘러가면 재정건전성의 기반을 더 허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4-06-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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