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CJ그룹 대표이사
손경식 CJ대표이사가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로 들어서고 있다. 그는 이날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의 증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라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사실을 직접 증언했다.
손 회장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조 수석과 2013년 하반기에 전화 통화한 사실을 기억하냐”는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의 질문에 “(조 수석이)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고 밝혔다.
이어 “(조 수석이) ‘이미경 부회장이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말이라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요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이미경 부회장은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다”면서 “직접 조 수석의 얘기를 들어봤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손 회장의 증언이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던 검찰로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조 수석은 2013년 말쯤 이 부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조 전 수석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VIP)의 뜻”이라며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는 “너무 늦으면 난리 난다”라거나 “수사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라는 발언도 했다.
이런 일의 배경으로 CJ그룹이 현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 콘텐츠를 제작하다 보복을 당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CJ는 2012년 대선이 있던 해에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나 케이블 채널 tvN ‘여의도 텔레토비’를 통해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려 현 정권의 대기업 사정 수사 1호에 올랐다는 말이 많았다.
손 회장은 이런 압박의 배경에 대해서는 “경솔하게 추측할 수는 없고, 조 수석이 확실하게 말해줘야 하는데 조 수석이 말을 하지 않아서 알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손 회장은 지난해 7월 등 두 차례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정부가 문화산업을 정부 정책으로 정한 이후였기 때문에 CJ가 열심히 문화사업을 해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박 대통령과의 독대 당시 주고 받았던 발언 내용 일부를 전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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