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후보 “일원동 아파트 실제 거주” 증거 제시하자 “내가 틀렸다” 번복
10일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국회기망(欺罔)’ 논란으로 끝내 파행했다. 정 후보자가 부동산 양도세 탈루 의혹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다 뒤늦게 인정한 게 원인이 됐다. 즉각 새정치민주연합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들은 “사퇴를 요구한다”며 회의를 중단했고, 새누리당 위원들이 속개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문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새정치연합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위증은 청문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고 보고서 채택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청와대 반응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1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후가 되자 정 후보자는 기존 입장을 돌연 뒤바꿨다. 그는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없던 중에 아내에게 전화가 와서 생각해 보니 내 기억이 틀렸고 유 의원의 지적이 맞았다”고 말했다. 위증을 했음을 스스로 고백한 꼴이다. 실제 거주하지 않은 아파트에 주소지 등록을 한 것은 주민등록법 위반에도 해당된다. 이후 새정치연합은 회의를 중단한 채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고, 새누리당은 “일방적인 중단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후보자의 입장을 듣기 위해 10분간 재개된 청문회에서 정 후보자는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잘못을 사과드린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정 후보자는 SNS에서 막말을 한 사실 등에 대해 “선거 과정에서 당원으로서 했지만 적절치 않은 일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깨끗이 사과드린다”며 몸을 낮췄다. 도종환 새정치연합 의원이 1996년 음주운전 적발 당시 경찰에게 항의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과 2005년 음주운전에 대해 질의하자 “명백히 제 큰 과실이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자의 미국 영주권에 대해서는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날 청문회 이후 여당은 ‘사면초가’에 빠진 분위기다. 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자니 여론의 후폭풍이 우려되고, 낙마시키자니 다시 인사파동에 휩싸일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도 저도 못하고 안절부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 후보자가 거짓말을 한 게 너무도 명확해 현재 분위기상으로는 낙마 쪽으로 기우는 것 같은데…”라면서도 확답을 하진 못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2014-07-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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