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업무보고 앞두고 정부 ‘조직사수’ 총력전

인수위 업무보고 앞두고 정부 ‘조직사수’ 총력전

입력 2013-01-09 00:00
수정 2013-01-0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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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청ㆍ공정위ㆍ금융위, ‘中企 대통령’ 보좌기관 자임기재ㆍ행안ㆍ국토ㆍ지경ㆍ교과부도 ‘영역다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를 앞둔 정부부처들이 저마다 조직 방어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단행할 정부 조직개편에 따라 부처의 업무영역이 넓어지거나 좁아지는 것은 물론 자칫 존폐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9일 “벌써 각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능이 축소될 것을 걱정하는 일부 부처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파견 공무원들은 박 당선인 공약 이행과 관련해 맡은 실무뿐 아니라 박 당선인의 조직 대수술에 맞서 ‘조직 사수’의 특명까지 어깨에 짊어지고 왔다.

◇중소기업 부각에 중기청 ‘으쓱’, 공정위ㆍ금융위 ‘전전긍긍’ =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을 언급하며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강화를 약속하자 중소기업청은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기관장이 차관급인 조직의 위상이 장관급인 부처로 격상되고 규모도 커질 것이란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중기청이 사상 처음으로 첫 업무보고 대상으로 정해진 점도 어깨가 으쓱해지는 소식이다.

중기청 안팎에선 내친김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중기청도 고발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상 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고발권은 공정위가 독점하고 있다. 공정위가 고발해야 검찰이 기소하는 식이다.

공정위가 불공정 행위를 직권 조사해 고발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다는 점을 들어 중소기업의 사정을 잘 아는 중기청과 조달청에도 이 권한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이 기회에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기업은행 등 중소기업을 지원하려고 만든 금융기관을 중기청이 담당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이들 기관의 담당 부처는 금융위원회다.

중기청 관계자는 “아직 업무보고도 하지 않았고, 다른 정부 기관과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인 만큼 뭐라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세에 몰린 공정위와 금융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정위는 박 당선인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곳은 공정위라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도 신ㆍ기보 등 정책금융기관은 금융정책의 영역에 둬야 효과적인 중소기업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부처 운명 뒤바꿀 정부 조직개편 =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금융위 등은 정부 조직개편의 향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기재부는 박 당선인이 금융위를 확대해 금융부로 만들 수 있다는 일각의 분석에 사뭇 긴장하는 모습이다.

기재부의 국제금융 기능을 금융위로 옮겨 금융부로 만들자는 것인데, 국제금융은 기재부의 거시경제 정책에 필수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여러 국제 금융기구에 직원을 파견할 수 있어 인사적체를 풀 수 있는 ‘알토란’ 같은 국제금융 기능은 내놓지 않으려는 속셈이라는 시각도 있다.

기재부의 한 공무원은 “박 당선인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도 없는 것으로 아는데 금융위가 ‘자가발전’ 식으로 얘기를 퍼뜨리는 게 아니냐”고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금융위에선 기재부의 예산 기능이 분리될 경우 기재부로 흡수 통합되는 시나리오를 걱정하고 있다. 행안부가 관리하는 새마을금고와 지경부 산하 우정사업본부 등을 금융위로 모아 명실 공히 ‘금융 전담기관’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그러나 상대 부처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행안부는 새마을금고를 금융위에 내줄 생각이 없다. 오히려 행안부야말로 전국 3천600개 우체국에 4만4천명의 인원을 거느린 우정사업본부를 가져와 행정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토부는 우정사업본부의 전국적인 물류망을 관리할 적임자라는 점을 내세울 복안을 갖고 있다. 박 당선인의 공약대로 해양수산부가 독립하면 조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에서 신설이 추진되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방송통신(ICT) 전담 부처도 파문을 낳을 전망이다. 특히 교과부는 과학기술 기능을 떼어줄 때 대학관리 기능도 함께 옮겨야 한다는 주장에 발끈하고 있다. 지경부도 조직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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