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사흘째 ‘불통’북한은 12일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정기 통화에 사흘째 응하지 않았다.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북측은 무력 시위 가능성까지 암시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실제 고강도 도발에 나설 경우 비핵화 협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의 거듭된 대화 노력에도 북측이 이같은 반응을 보이는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한미 연합훈련 전후로 북측이 비난 담화를 내거나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는 것이 이례적이진 않다. 다만 훈련 2주 전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7월 27일)→김여정 훈련 중단 촉구 담화(8월 1일)→정부·여권 일각의 훈련 연기 주장→훈련 사전연습 개시, 김여정 비난 담화 및 연락선 단절(10일)→김영철 비난 담화(11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으로 볼 때 북측의 진짜 속내를 파악하긴 쉽지 않다.
명분 쌓은 후 도발...‘벼랑 끝 전술’ 재현?연락선 복원 시점에는 이미 훈련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연락선 복원에 호응한 것이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 간 합의로 이뤄진 연락선 복원을 2주 만에 ‘없던 일’로 만든 것은 연합훈련만을 이유로 삼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우선 북측의 담화만 놓고 보면, 일련의 행위가 향후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로 풀이된다. 관계 개선의 기대감을 심어줬다가 연합훈련을 트집 잡으며 책임을 전가하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전형적인 ‘몸값 올리기’ 작전이다. 김여정 당 부부장이 10일 담화에서 이전에는 테이블에 올리지 않았던 ‘주한미군 철수’를 꺼내든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북한이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꺼내들 경우 남북 관계를 돌이키기 힘들고, 중·장거리 이상의 탄도미사일 발사시엔 미국과의 판을 완전히 깰 수 있어 수위 조절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 봉쇄·식량난에 ‘내부 결속’ 유도 북한이 이처럼 ‘벼랑 끝 전술’을 동원하는 데에는 어려운 내부 사정과도 연관 있다. 북한은 코로나19로 인한 장기 봉쇄로 경제난과 식량난이 심각한 데다 수해까지 겹치며 주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외부의 적’에 대항하는 구도를 만듦으로써 내부 결속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연락선 복원 소식은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으로만 알리고,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김여정·김영철 비난 담화는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를 통해 보도한 것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북한이 군사도발까지 예정하고 있는 것은 초조함 때문”이라면서 “상황이 너무 안 좋으니까 오히려 상당한 긴장을 고조시키는 벼랑 끝 전술을 해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승부수적인 국면에 돌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北, 중·러로 한발짝...中 ‘항미원조’ 강조한편으로는 미중 갈등이 더욱 극명해진 상황에서 북측이 중국 쪽에 더 기운 것으로도 보인다. 미국이 “조건없는 대화” 원칙만을 강조할 뿐, 미국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북한이 원하는 것(제재 완화)을 얻어내기 쉽지 않다고 본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최근 국제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한미연합훈련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이나, 중국의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지난 10일 1면 사설을 통해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에 북한을 돕는다) 정신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중 관계가 양극이 된 상황에서 미국이 북측에 ‘선’(양보)을 먼저 꺼내들 가능성이 없다는 인식 속에서 북한도 중국과 같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며 “북중 간 공식적, 비공식적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와의 밀착도 마찬가지다.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는 1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러시아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적대행위가 더욱 노골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통의 위협인 미국에 맞서 북러 협력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세기의 요구에 따라 양국 간 전략적·전통적 관계를 보다 높은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연합뉴스
명분 쌓은 후 도발...‘벼랑 끝 전술’ 재현?연락선 복원 시점에는 이미 훈련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연락선 복원에 호응한 것이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 간 합의로 이뤄진 연락선 복원을 2주 만에 ‘없던 일’로 만든 것은 연합훈련만을 이유로 삼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우선 북측의 담화만 놓고 보면, 일련의 행위가 향후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로 풀이된다. 관계 개선의 기대감을 심어줬다가 연합훈련을 트집 잡으며 책임을 전가하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전형적인 ‘몸값 올리기’ 작전이다. 김여정 당 부부장이 10일 담화에서 이전에는 테이블에 올리지 않았던 ‘주한미군 철수’를 꺼내든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북한이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꺼내들 경우 남북 관계를 돌이키기 힘들고, 중·장거리 이상의 탄도미사일 발사시엔 미국과의 판을 완전히 깰 수 있어 수위 조절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14일 열린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북극성-5ㅅ’으로 보이는 문구를 단 신형 추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등장했다. 이번에 공개된 SLBM은 지난해 10월 10일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된 ‘북극성-4ㅅ’보다 탄두를 키운 신형 SLBM으로 보인다. 2021.1.15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북한이 군사도발까지 예정하고 있는 것은 초조함 때문”이라면서 “상황이 너무 안 좋으니까 오히려 상당한 긴장을 고조시키는 벼랑 끝 전술을 해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승부수적인 국면에 돌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北, 중·러로 한발짝...中 ‘항미원조’ 강조한편으로는 미중 갈등이 더욱 극명해진 상황에서 북측이 중국 쪽에 더 기운 것으로도 보인다. 미국이 “조건없는 대화” 원칙만을 강조할 뿐, 미국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북한이 원하는 것(제재 완화)을 얻어내기 쉽지 않다고 본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최근 국제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한미연합훈련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이나, 중국의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지난 10일 1면 사설을 통해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에 북한을 돕는다) 정신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7일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리룡남 주중 북한 대사가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만나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봉황위성TV 캡처
러시아와의 밀착도 마찬가지다.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는 1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러시아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적대행위가 더욱 노골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통의 위협인 미국에 맞서 북러 협력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세기의 요구에 따라 양국 간 전략적·전통적 관계를 보다 높은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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