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메시지로 본 이준석호의 앞날은
민감 사안 정치적 계산 없이 돌직구 화법
당내 현안마다 속도감 있는 일처리 강조
최고위 등과 ‘갈등의 씨앗’ 될 가능성도
李, 천안함 유족 만나 눈물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4일 첫 공식 일정으로 대전 유성구 국립 대전현충원을 참배한 후 천안함 46용사 묘역에서 희생자 유족을 만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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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복당에 대해 “복당에 걸림돌이 될 만한 것은 지금 원칙상 없다”면서 “개인적으로 봤을 때 늦출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 논의를 전제로 하긴 했지만 지난해 총선 이후 1년 넘게 ‘목의 가시’처럼 남았던 홍 의원 복당 문제를 원칙에 따라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뜻이다.
이날 광주 철거현장 붕괴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조문한 뒤에는 “광주 시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호남 동행’을 약속했다. 사자명예훼손 재판을 받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선 “재판에 대해 불성실한 협조를 하는 것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한 비판을 가했다.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제안한 여야정협의체 구성을 두고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이른 시일 내에 합의해 정례화할 수 있도록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자칫 보수 진영 또는 당내 반발의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정치적 계산’ 없이 즉각 담백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부터 의미가 명확한 메시지를 고집해 왔다. 경선 출마 선언 일성은 “당대표가 되고 싶다”였고,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정당했다”고 천명했다. 일부 중진 후보가 경선 출마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역할을 고민’하고, 대구에서 박정희·박근혜 향수를 자극할 때 돌직구로 승부를 본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당선이 확정되고 나선 그와 동시에 당면 과제 처리에 나섰다. 다음날 곧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만나 합당 문제를 논의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핫라인’까지 텄다.
이 대표의 이런 정치 스타일은 2030의 사고방식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효율적 겉치레’보다 성과에 집중하고 일처리는 투명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여기에는 기존 정치인들의 ‘선문답 정치’, ‘간 보기 정치’에 대한 이 대표의 반감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8월이면 대선 버스가 예외 없이 떠난다”고 못박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당내에선 우려도 제기된다. 일도양단식 화법이나 속도감 있는 일처리가 부메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치적 성과라는 건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시간도 있는 건데 서두르다간 힘만 빠진다”고 짚었다. 최고위원들과의 온도차가 갈등으로 비칠 우려도 있다. 이날 첫 최고위원회에서는 노골적 대립이 표출되진 않았지만 앞으로 현안 논의 과정에서 이 대표의 방식은 갈등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21-06-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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