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만 하라는 민주당의 오만

추모만 하라는 민주당의 오만

신형철 기자
입력 2020-07-12 22:32
수정 2020-07-13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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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에 대한 예의 아냐” “공소권 없다”
성추행 의혹 제기에 거부감만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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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에 걸린 고 박원순 시장 추모 플래카드
국회 앞에 걸린 고 박원순 시장 추모 플래카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더불어민주당 명의의 고 박원순 서울시장 추모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2020.7.12 연합뉴스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하는 것입니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빈소에서 보인 예민한 반응은 박 시장 성추행 의혹 및 그의 죽음을 바라보는 민주당 핵심들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동지’의 죽음을 추모하는 엄중한 자리에 그의 치부를 언급하는 것은 무례하다는 것이다. 특히 피해 호소인이 버젓이 존재함에도 죽음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식의 발언들이 이어지며 ‘재갈 물리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죽음 이후 줄곧 ‘추모’만을 강조하며 성추행 의혹 제기에는 거부감을 드러냈다. 직접 언급을 않는 것은 물론 관련 질문에도 ‘공소권이 없다’는 식으로 답했다. 12일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조문 뒤 기자와 만나 “인간이 다 비슷비슷한 건데 너무 도덕적으로 살려고 하면 다 사고가 나는 것”이라며 “저 세상에서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은 지난 10일 빈소를 찾아 “고인이 되셨는데, 법적으로 공소권도 없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빈소에는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민주당 안규백·홍익표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인재근, 남인순 등 여성의원 등도 조문을 했지만 사건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이른바 ‘86세대 여성주의자’로 분류되는 당내 정치인들도 사건에 대한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당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은 조문 당시 관련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역시 당권에 도전한 김 전 의원도 관련 언급은 없었다.

장례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진위 공방’을 미루자는 것이 민주당의 기조다. 한 의원은 “사람이 죽었는데 부관참시하는 것이 제일 안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의 최측근이자 상주 역할을 맡은 박홍근 의원은 박 시장을 둘러싼 의혹 제기를 중단할 것을 호소했다. 그는 “악의적이고 출처 불명의 글이 퍼지고 있어 고인의 명예가 심각히 훼손되고 있다”며 “부디 무책임한 행위를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시장 및 민주당 지지자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의 2차 가해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피해자로 추정되는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갔다. 이에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이 같은 행동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냈지만 이미 피해는 쌓일 대로 쌓인 후였다.

당내 일부 극렬 지지자들이 보이는 페미니즘에 대한 강한 거부감은 민주당 정치인들이 동료들의 성추행 의혹을 적극 비판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는 이날까지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 비서에 대한 비난이 수백 건 올라왔다. 이 같은 일련의 모습들은 여권 핵심 정치인과 지지자의 후진적인 젠더 의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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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오현주 서울시의원 “특사경 KICS 의무화… 이행 대책은 어디에”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2020-07-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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