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 바로 보기’로 새로운 100년 연다

‘임정 바로 보기’로 새로운 100년 연다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19-04-10 23:00
수정 2019-04-11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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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임정 100주년… 학계 ‘3대 제언’

①남북서 외면 김원봉·김두봉 재평가
②사초부터 확보, 숱한 논란 종식해야
③분당·송도 등 일제 용어 잔재 청산을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일을 맞아 역사학계에서는 정부가 시급히 해야 할 과제로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의 재평가, ‘임정 수립일’이 논란이 될 정도로 부실한 임정 사초 찾기, 여전히 남아 있는 일제의 잔재 청산 등을 꼽았다. 그동안 건국절 논란을 비롯해 이념적 대결 갈등에서 벗어나 ‘임정 바로 보기’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민감한 사안이라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임정 관련 일부 독립운동가들의 판결문을 보면 ‘김일성 장군의 활약에 감동받아 항일투쟁에 나섰다’는 구절이 나와요. 생각지도 않은 내용이어서 저희도 놀랐죠.”

‘판결문에 담긴 임정의 국내 활동’을 출간한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10일 이렇게 털어놨다. 당시 임정의 활동에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들이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우파 위주로 진행된 독립운동사 연구의 범위를 민족 전체로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남과 북으로부터 버림받은 김원봉과 김두봉 등 ‘연안파’에 대한 재평가 주문이 많다. 연안파는 중국에서 항일투쟁을 하다가 해방 뒤 입북한 조선의용대 출신을 말한다. 독립운동연구 전문 이원규 작가는 “이들은 일제와 무력으로 맞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냈다. 하지만 해방 뒤 남한에서는 ‘빨갱이’로 몰려 박해당했고, 북한에서는 김일성 독재에 반대하다가 숙청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990년부터 임정 수립 기념일을 4월 13일로 기념해 오다가 올해 4월 11일로 바꿨다. 최근 발굴된 증거를 볼 때 실질적으로 내각을 구성한 날짜가 11일이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반병률 한국외대 교수는 “임정 수립 기념일을 다시 정한다면 통합임시정부 대통령과 각원을 선출한 9월 6일이나 이동휘 등 주요 각원이 취임한 11월 3일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임정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임정 자료가 거의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시준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정부는 임정 수립 100주년을 맞아 사라진 임정 자료부터 찾기 위해 나서야 한다”이것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일제의 잔재인지도 모르고 쓰는 용어를 정리해 임정 수립을 통한 독립의 참뜻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경기 성남시 분당은 조선총독부가 ‘장터’(盆店·분점)와 ‘당모루’(堂隅里·당우리) 지역을 억지로 합친 뒤 앞글자만 따 만들었다. 인천 송도 신도시도 러일 전쟁 때 침몰한 일본군함 마쓰시마(松島·송도)호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9-04-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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