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북·미 교착 탓 2년간 사용 못해
현행법상 다음 회계연도 재이월 안 돼유엔 제재 면제로 현물 지원 허용 방침
통일부가 2017년 9월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 등을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800만 달러(약 90억 1600만원)를 지원키로 했던 남북협력기금 지원안을 재논의키로 했다.
남북 관계 및 북·미 비핵화 담판 과정을 보며 공여 시점을 검토했지만 북·미 간 교착상태가 길어지면서 지난해 말까지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재정법은 불가피한 사유로 사용하지 못한 경비를 다음 회계연도로 이월할 수 있지만 재이월은 안 된다. 이에 따라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한 공여 액수나 시기는 다음달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나 남북 관계 진전에 따라 늘거나 줄어들 수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23일 “2017년 9월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를 통해 800만 달러에 달하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기로 했지만 국가재정법에 따라 2019년부터 기존안은 폐기됐다”며 “향후 한반도 및 북·미 간 정세를 보면서 재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시 유니세프의 아동 및 임산부 보건의료·영양실조 치료 등 지원사업에 350만 달러, WFP의 탁아시설·소아병동 아동 및 임산부 대상 영양강화 식품 지원사업에 450만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사업을 재개하려면 교추협을 다시 열어서 지원 시기와 액수를 정해야 한다. 통일부는 아직 교추협개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통일부는 현금이 아닌 의약품 등 현물 지원은 허용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유니세프, 유진벨재단, 퍼스트스텝스,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CFK) 등 4곳의 제재면제 요청을 올해 처음으로 승인했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양국은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한 전반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통일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상황을 지켜보면서 공여 액수와 시기를 조율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에 독감(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의 제공, 이산가족 화상상봉장 설치 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9-01-24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