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기씨, 한번도 본적 없는 북측 아버지 조덕용씨 만나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 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조정기(67?오른쪽)씨가 북측에서 온 아버지 조덕용(88?왼쪽) 씨를 얼싸안고 오열하고 있다./20180824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조정기(67) 씨는 한 번도 직접 얼굴을 본 적이 없는 북측 아버지 조덕용(88) 씨를 만나자마자 눈물을 왈칵 쏟았다.
2차 이산가족상봉행사 단체상봉이 열린 24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는 그리운 가족을 만난 감격에 곳곳에서 오열이 터져 나왔다.
아버지 조덕용 씨는 6·25 전쟁 때 홀로 북으로 갔고, 당시 어머니 뱃속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조정기 씨가 있었다. 한 번도 아버지 얼굴을 보지 못한 채 긴긴 세월을 참아낸 것이다.
조정기 씨는 “살아계실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조 씨의 어머니는 평생 남편을 그리워하다 조덕용 씨가 살아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불과 50여일 전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우기주(79) 씨는 휠체어를 탄 북측 언니 우기복(86) 씨와 만나자 “살아줘서 고마워”라며 눈물을 흘렸다. 경기도 양주에 살던 우기주 씨는 언니 우기복 씨가 전쟁 직후 교육을 받으러 간다고 친척을 따라나선 이후 더는 언니를 만나지 못했다.
김정숙(81) 씨도 북측 언니 김정옥(85) 씨 손을 잡고 “언니가 가던 녹슨 철길 따라서 우리가 오늘 왔어. 나는 언니 얼굴도 모르잖아. 엄마 얼굴도 모르고. 내 이름을 어떻게 기억했어”라고 말하며 계속 울었다.
황보원식(78) 씨는 북측의 이부누나 리근숙(84) 씨를 보자마자 한동안 끌어안고 울었다. 리근숙 씨는 전쟁통에 원산 방직공장에 돈벌러간다고 떠나면서 가족들과 헤어졌다. 당시 리 씨가 집에 남겨두고 간 자수를 남측 가족들은 챙겨왔다.
안경숙(89) 씨는 북측 조카 안세민(80) 씨가 들어오자 “세민아” 외치며 달려가 안세민 씨를 안았고 가족들 모두 서로를 껴안고 대성통곡했다.
권혁찬(81)·혁빈(81) 형제는 북측 형 권혁만(86) 씨가 들어오자 단번에 알아보고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순연(53) 씨도 상봉장에서 북측 삼촌을 만나자마자 “저예요. 순연이. 제가 순연이예요”라며 통곡했다.
최고령 강정옥(100) 할머니는 북측 동생 강정화(85) 씨를 꼭 안아주고 쓰다듬었다. 동생은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24∼26일 열리는 이산가족 2차상봉은 남측 81가족 326명이 헤어졌던 북측 가족들과 만난다.
상봉단은 단체상봉에 이어 환영 만찬에서 가족들을 다시 만나게 되고 이튿날 개별상봉과 객실중식, 단체상봉, 마지막 날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 순서로 총 12시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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