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갈루치-강석주, 2000년대 힐-김계관 잇는 새 조합에 ‘관심’
북미정상회담에 이은 양측 간 후속 협상이 조만간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협상 라인업이 어떻게 짜일지 관심을 끈다.1990년대 제1차 북핵 위기를 봉합한 19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 당시 로버트 갈루치(당시 북핵 대사)-강석주(당시 외교부 부부장) 라인, 2005년 9·19공동성명과 2007년 2·13 합의 및 10·3 합의를 끌어낸 크리스토퍼 힐(당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김계관(당시 외무성 부상) 라인에 이어 새로운 북핵협상 조합이 구성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우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 조합 가능성에 외교가는 주목하고 있다.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따르면 북미 양국은 정상회담의 결과를 이행하려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북한 고위급 관리가 주도하는 후속 협상을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시일에’ 개최하기로 약속한 바 있으며, 폼페이오 장관 카운터파트로 리 외무상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김정은 체제 이후 정상국가화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리 외무상을 북미정상회담 후속협상에 대표로 등판시키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출신인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소통’해왔으나, 이젠 리 외무상을 대타로 내세울 것이라는 얘기다. 리 외무상은 북한에서 손꼽히는 ‘전략통’이자 대미 외교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태영호 전(前)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최근 발간한 저서에서 리용호 외무상을 ‘실세’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전쟁 개시 후 북한이 리용호를 주 영국대사로 보낸 것은 영국을 통해 미국의 속셈을 읽고, 영국을 이용해 미국의 대북 물리력 사용을 막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했다.
2002년 가을 제2차 북핵위기 발발에 따른 중대 국면에서 영국을 통한 대미 견제라는 중대 임무를 맡았던데다 김정은 체제에서 외교 간판으로 기용될 정도로 신임을 받는 리 외무상은 폼페이오 장관 카운터파트로서 적임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런 가운데 리 외무상이 아닌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 북미 후속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것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북미정상회담에서 호흡을 맞춰온 점에 미뤄볼 때 기존 라인을 변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리 외무상보다 북핵 문제와 대미 외교 전문성은 떨어질 수 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복심으로서 북미 후속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북미 후속협상 상무조를 꾸리고, 조장을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맡아 전체적인 조율을 하고 리용호가 그 아래에 편재돼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리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이 어떻게든 북미 후속협상에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아울러 외교가에서는 북미정상회담 전에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의제 협의를 벌인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실무라인이 후속협상에서도 가동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교장관 급(級) 라인에서 북미 후속협상을 전담하기에는 버거워서 성 김-최선희 실무라인에 일부를 맡기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미 실무 협상자로 성 김-최선희가 유력해 보이나 실제 그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성 김 대사가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재기용되거나 동아태 차관보로 승진해 계속 협상에 나설 수도 있고, 마크 내퍼 주한대사 대리를 비롯한 국무부 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가 새롭게 발탁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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