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북미정상회담 18년만에 재시도…이번엔 트럼프와 김정은

첫 북미정상회담 18년만에 재시도…이번엔 트럼프와 김정은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3-09 12:57
수정 2018-03-0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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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빌 클린턴, 방북 직전 상황까지 갔지만 결국 불발

4월 말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5월 북미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한반도 정세는 지난 2000년의 상황과 흡사하게 전개되고 있다.
김정은(왼쪽)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김정은(왼쪽)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당시에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남북관계 해빙 분위기 속에서 북미간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등 현재와 유사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주인공이 ‘빌 클린턴-김정일’에서 ‘도널드 트럼프-김정은’으로 바뀐 가운데, 북미정상회담이 불발되면서 ‘절반의 해빙’에 그쳤던 2000년의 한계를 넘어 올해 근본적인 한반도 정세전환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는 양상이다.

자연스럽게 2000년 성사 직전까지 갔던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북 추진 과정에 외교가의 관심이 쏠린다.

지난 1999년 미국이 대북 정책으로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를 발표하면서 북미 관계는 점차 해빙기를 맞기 시작했다. 같은 달 9월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 완화 조치를 발표했고, 북한은 이어 미사일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이듬해 3월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간 공식 대화 재개를 위해 경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베를린 선언’을 발표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을 향한 발걸음을 가속화했다. 6월에는 남북 정상이 평양에서 만나 ‘6·15선언’을 발표하는 등 남북간 화해 분위기가 북미대화에 힘을 더했다.

그 사이 북한이 4월에는 폐연료봉을 밀봉하고, 5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관계개선을 꾀하는 등, 북미 대화를 위한 안팎의 분위기도 조성되어 나갔다.

7월 베를린에서의 북미간 외교장관회담 예비접촉과 이어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계기 방콕에서 진행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과 백남순 북한 외무상의 회동으로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은 점차 높아졌다. 10월에는 북한과 미국이 ‘테러 불용’의 내용을 담은 국제 테러리즘에 관한 공동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이어 10월 9∼12일에는 조명록 당시 북한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했다.

당시 양측은 적대관계 종식, 평화보장 체제 수립, 경제교류 협력, 미사일 문제 해결, 미 국무장관 방북 등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북미 공동코뮤니케’를 채택했다. 이를 전후해 클린턴 대통령의 연내 방북 방침이 공개되기도 했다.

10월 23∼25일에는 합의에 따라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한 전반적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북한을 찾았다. 이에 따라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과 첫 북미정상회담은 시간 문제로 여겨졌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W. 부시 당시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의 앨 고어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하면서 상황은 급변했고, 결국 클린턴 대통령은 12월 28일 시간부족 등을 이유로 북한 방문 계획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취소 배경에는 임기 말이라는데 대한 부담감,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 내 반대 목소리, 차기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방북에 대한 부정적 입장,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에 주력하는 미국 행정부의 입장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부시 행정부 시절에는 대북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공동 코뮤니케는 결국 무효화됐다. 또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 사건은 미국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가속화한 이유의 하나였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여러 면에서 18년 전과 달라 보이기도 한다.

우선 당시만 해도 핵 개발의 초보단계였던 북한은 이제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됐다는 점에서 18년 전보다 큰 협상칩을 가진 양상이다. 또 미국 대통령의 임기종료를 몇 달 남기지 않았던 2000년 상황과 비교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초반인 지금이 ‘거래’의 성사 가능성 면에서는 한결 좋은 조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안팎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제 임기 2년 차로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 북한에 상대적으로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공화당 소속으로서 ‘최대압박’과 ‘대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점 등은 북미 대화의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지점으로 분석된다.

특히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를 내기 위해 적극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9일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관세 정책에 대한 미국내 부정적 여론도 많고, 고위 인사 간의 권력 다툼 등 국내적 이슈도 많은 상황에 북미대화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카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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