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별다른 역할 없이 선수만 채우지는 않았나” 중진들 “성질 좀 죽이라”…확전 자제 기류도 역력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4선 이상 중진의원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일단 겉으로 드러난 원인은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재개를 둘러싼 이견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악력을 키우려는 홍 대표의 당 운영방식에 중진의원들이 제동을 걸면서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한국당 4선 이상 중진의원 12명은 지난 8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재개해 달라는 요청서를 홍 대표에게 전달했고, 홍 대표는 당헌·당규에 근거하지 않는 회의라며 이를 일축했다.
즉각 홍 대표와 중진의원 일부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으로 비쳤으며, 하루가 지난 9일도 신경전은 계속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의원은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름을 올린 것은 12명이지만 불만을 가진 의원은 이보다 많다”며 “지금은 당 대표 한 사람의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1인 독재체제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지방선거 전까지는 참아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지만, 정치는 생물이니 그 전에라도 폭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홍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 치의 양보도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홍 대표는 “지금 이 당에는 서청원 선배를 빼고는 나와 김무성 의원이 최고참 정치 선배”라고 전제한 뒤 “내가 중앙정치를 떠나 지난 4년 4개월 경남지사로 내려가 있는 동안, 한국 보수정당이 이렇게까지 망가지게 된 데는 과연 누구의 책임이 크냐”며 중진의원 책임론을 제기했다.
나아가 “별다른 역할 없이 선수(選數)만 채우지는 않았는지, 당을 위해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단 한 번이라도 되돌아본 일이 있느냐”면서 “대여투쟁에는 보복이 두려워 나서지 못하고, 안전한 당내 총질에만 아르바이트하듯 하는 것이 야당정치라고 생각하느냐”며 비판을 쏟아냈다.
다만 6월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는 만큼 중진의원들은 대체로 톤 조절을 하며 확전을 자제하는 기류가 역력했다.
홍 대표를 대상으로 섣불리 문제를 제기할 경우 지방선거를 앞두고 ‘적전 분열’이라는 악재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5선인 이주영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가 당헌·당규에 없는 것을 몰라서 회의 재개를 요구했겠느냐”며 “정부·여당이 헛발질하고 있으니 우리가 힘을 모아 민심을 회복하자는 차원”이라며 회의 재개를 요청한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4선인 정진석 의원은 “당내 소통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언급을 한 데 이어 홍 대표에게 “성질 좀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홍 대표의 즉각적인 거부, 그리고 중진의원들을 향한 노골적인 비판에도 집단행동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지방선거가 바로 앞에 있으나 내부 분란 요인은 키우지 않는 것이 좋다”면서 “이 문제는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4선 이상 중진의원의 상당수가 친박(친박근혜)계로서 당내 입지가 위축된 상황이고, 그중 일부는 수사 선상에 올라 적극적인 당내 활동이 어렵다는 한계도 인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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